▒ 목은선생글 ▒

잠(箴) 자경잠(自儆箴)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3. 23. 18:46

잠(箴)
 
 
자경잠(自儆箴)
 

이색(李穡)

50세 되던 가을 구월 초하루날에 자경잠(自儆箴)을 지어서, 아침 저녁으로 보아서 스스로 힘쓰려 한다.
가까운 듯하면 멀어지고 얻은 듯하면 잃어버린다. 멀어졌다가 때로는 가까워지고, 잃었다가 때로는 얻게 된다. 아득하여 착수할 데가 없기도 하고 밝아서 보이는 듯하기도 하다. 밝다가도 혹 어둡게 되고 어둡다가도 혹 밝게 된다. 그만 중지하려고 하여 보면 차마 그럴 수가 없고 힘써 하자하니 힘이 부족하다. 마땅히 스스로 책하고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여야 한다. 50세 때에 지나간 49세의 그름을 알게 되고 90세 때에 자경(自儆)하는 억시(抑詩)를 지었다. 이들은 옛날에 스스로 힘쓰던 분들이다. 오히려 숨 한번 쉬는 동안에도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으니 힘쓸지어다, 힘쓸지어다.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이는 이 어떤 자이냐.


[주D-001]49세의 …… 되고 : 춘추시대의 위(衛) 나라 거백옥(?伯玉)은 나이 오십이 되자 자기의 49년동안 그릇된 것을 알았다 한다.
[주D-002]억시(抑詩) : 《시경(詩經)》에 억편(抑篇)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