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촌에 있어 병을 몹시 앓았는데 다만 유생이 문병차 와서 방문을 주어 효험을 보았다. 4수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4. 03:34
촌에 있어 병을 몹시 앓았는데 다만 유생이 문병차 와서 방문을 주어 효험을 보았다. 그 뜻이 가상하여 이와 같이 써 주고 아울러 그 동군에게 부치다[村居病甚 惟柳生問疾而來 授方而効 其意可嘉 書贈如此 竝屬基桐君] 4수

옷조차 못 이기는 청약한 하동군이 / 河東淸弱不勝衣
육기의 사이에서 미묘를 연구했네 / 六氣之間早硏微
웃기는 이 늙은이 실낱 같은 목숨을랑 / 生笑老夫如縷命
차 생강 홍국으로 근근이 의지하네 / 茶薑紅麯與相依
전욱이라 전소는 모두 배가 아팠건만 / 顚旭顚素皆肚痛
천추의 법묵이라 초서를 드날렸네 / 千秋法墨草書騰
근자에 통탈로써 새론 의를 연구하니 / 近因桶脫究新義
뭇 흐름 절단키는 그대 더욱 능하구려 / 絶斷衆流君更能
중경이라 숙화라 법인을 전했는데 / 仲景叔和法印傳
하고한 결과 부는 야호의 선이로세 / 紛紛訣賦野狐禪
동쪽 사람 더더구나 거짓에 잘 미혹되어 / 東人最又迷訛甚
삼백 년에 입문을 집집마다 신봉했네 / 家祝入門三百年
하나하나 와우마냥 따닥따닥 붙은 집들 / 一一蝸牛小許廬
성중살이 꼭 촌보다 트인 것은 아니라네 / 城居未必敞村居
그대 집 산 부처는 소견을 잘도 하니 / 君家老佛能銷受
오백 칸 맑은 바람 반 상자의 책이로세 / 五百淸風半卷書

[주C-001]동군 : 동군은 황제(黃帝) 때 사람인데 일찍이 약을 캐며 도(道)를 구하여 동려현(桐廬縣)의 동산에서 살았다. 초목(草木)과 금석(金石)의 성미(性味)를 잘 알아 삼품(三品)의 약물(藥物)을 정하여 《약성(藥性)》 4권과 《채약록(採藥錄)》을 저술하였음. 여기서는 유생(柳生)의 부친을 비겨 말한 것임.
[주D-001]하동 : 유씨(柳氏)를 두고 쓰는 별칭임.
[주D-002]육기 : 음양풍우회명(陰陽風雨晦明)을 말함. 의가(醫家)에서 오운 육기(五運六氣)를 주장하는데 오운은 오행(五行)의 세운(歲運)을 이름.
[주D-003]전욱이라 전소 : 주 305) 참조.
[주D-004]통탈 : 통저탈(桶底脫)의 준말. 불가의 용어임. 여기서는 설사병을 말함.
[주D-005]중경 : 후한(後漢) 조양(棗陽) 사람. 장기(張機)의 자(字)인데 영제(靈帝) 때에 벼슬이 장사 태수(長沙太守)에 이르렀으며 의술을 장백조(張伯祖)에게 배웠고 상한론(傷寒論)을 저술하였다. 화타(華陀)는 그 논을 읽고서, 참으로 사람 살릴 글이라고 하였음. 한위(漢魏) 이래로 의술을 익히는 자는 그를 추대하여 의중(醫中)의 아성(亞聖)으로 삼았음.
[주D-006]야호의 선[野狐禪] : 선가(禪家)의 용어로 외도(外道)를 칭함. 소식의 시에 "何似東坡鐵柱杖 一時驚起野狐禪"이라 하였음.
[주D-007]입문 : 의서(醫書) 《의학입문(醫學入門)》을 말함.
[주D-008]산 부처 : 활인불(活人佛)로서 노의(老醫)를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