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칠절을 구호하여 강정 김생에게 주다[口號七絶贈江亭金生] 6수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4. 02:20
칠절을 구호하여 강정 김생에게 주다[口號七絶贈江亭金生] 6수

찬 소나무 떨기 대는 피차가 다 여여라오 / 寒松叢竹叩如如
그댄 바로 전현(前賢)의 묵은 덕택 나머질세 / 君是前賢舊澤餘
구색이라 전분이 다른 체는 없고말고 / 邱索典墳無異體
북인도 별스런 글 지닌 게 아니라네 / 北人非有別般書
첩괄이라 시투에 머리를 파묻으니 / 埋頭帖括套中詩
이괴와 촌우들을 한 웃음에 부쳤다네 / 里魁村迂付一嗤
남수의 묵은 초당 비바람이 하도 하니 / 楠樹草堂風雨甚
애들의 업신여김 무력한 탓이로세 / 只緣無力被童欺
눈 지난 봄강이라 개인 낮을 생각하니 / 雪後春江想晝晴
마을 빛 걸림 없어 거울 속에 환하구려 / 村光不礙鏡中明
복령이랑 마맥은 묻는 사람 별로 없고 / 茯苓麻麥無人問
은어만을 좋다 하니 세상 정은 아니로세 / 多是銀魚不世情
강 언덕에 집 빌리니 그림 속과 마찬가지 / 僦屋江干畫裏如
나의 뜻에 알맞아라 어초(漁樵)하는 여가로세 / 適情漁暇與樵餘
금년 들어 구전의 법을 새로 시험하니 / 今年新試區田法
안진경의 걸미서를 아니 써도 되겠구만 / 不作顔公乞米書
운자 내어 시 짓는 걸 촌동에게 가르치니 / 閒課村童趁韻詩
도도평장 일반이라 진실로 웃기누나 / 都都平丈儘堪嗤
고을 서당 한 걸음이 천상과 같이 뵈니 / 州庠一步如天上
대낮의 바람 처마 업신여김 두 번 보네 / 白日風簷再見欺
으시으시 봄추위 처음으로 늦게 개니 / 惻惻春寒試晩晴
노인성 비친 아래 작은 창이 빤하구려 / 老人星下小窓明
그대 오면 함께 가서 맑은 강빛 구경하며 / 君來携取淸江色
갈매기 해오라비 노는 정을 보자꾸나 / 眉眼留看鷗鷺情

[주D-001]여여 : 《능가경(楞伽經)》에서 말한 오법(五法)의 하나로서 법성(法性)의 이체(理體)가 둘이 아닌 평등을 말한 것임.
[주D-002]구색이라 전분 : 고대의 서적으로 팔색(八索)·구구(九邱)·삼분(三墳)·오전(五典)을 말함.
[주D-003]첩괄 : 《당서(唐書)》 선거지(選擧志)에 "명경(明經)하는 자는 다만 첩괄만 기억한다." 하였으므로 구속(舊俗)에 과거의 응시문을 첩괄이라 이름.
[주D-004]남수의 묵은 초당 : 두보 시에 "依江楠樹草堂前 故老相傳二百年"이란 어구가 있음.
[주D-005]애들의 업신여김 : 두보의 모옥위풍우소파가(茅屋爲風雨所破歌)에 "南村群童欺我老無力"이란 어구가 있음. 이 연(聯)은 자기의 신세를 두보에게 비하여 쓴 말임.
[주D-006]구전 : 주 202) 참조.
[주D-007]안진경의 걸미서 : 당 나라 안진경의 걸미서(乞米書)가 있는데, 그 내용인즉 "생계에 졸하여 온 집이 죽을 먹고 지내는데 이미 몇 달을 지내고 보니 지금은 그것마저 떨어졌다."라고 하였음.
[주D-008]도도평장 : 문자도 분명히 가리지 못하는 몽학(蒙學) 선생을 말함. 옛날에 어떤 사람이 학동에게 《논어》를 가르치면서 "郁郁乎文"을 읽힐 때에 "都都平丈"이라 한 데서 나온 말.
[주D-009]노인성 : 남극성(南極星)의 이명. 병방(丙方)에서 떠올라 정방(丁方)으로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