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시도동(示島童) 병서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4. 02:20
시도동(示島童) 병서

유수암(流水巖) 강생(姜生)이 내가 쓴 글씨 두어 장을 벽에 붙였는데 그날 아침에 갑자기 무지개가 나타난 이상이 있어 마치 빛을 내뿜는 듯하니 보는 자는 놀라며 붓 정기에서 피어난 것이라 자랑하고 있다. 이것은 우연히 산곡간에 정기가 저축 배설되는 바 있어 서로 감촉한 때문이지 어찌 종이에서 무지개가 일어날 이치가 있겠는가. 이를 써서 도동에게 보이어 의심을 푼다. 저 오대(五臺)ㆍ아미(峨眉)의 불등(佛燈)도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두의 광망이란 따라갈 수 없거니와 / 李杜光芒未可追
미가의 서화도 어찌 감히 같을쏜가 / 米家書畫詎同之
우연히 흐르는 물 마을 집 바람벽에 / 偶然流水村家壁
하늘 솟고 별을 쏘는 기기(奇氣)가 보인 게지 / 有此干霄射斗奇

[주D-001]이두의 광망 : 한유의 시에 "李杜文章在 光焰萬丈長"이라 하였음.
[주D-002]미가의 서화 : 송 나라 명필 미불(米芾)이 자기의 서화와 고서화를 배에 싣고 강에 떠다녔으므로 황정견은 시를 지어주기를 "澄江夜夜虹貫月 定有米家書畫船"이라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