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종씨가 달성에 행차하므로 애오라지 다섯 절구를 부쳤는데 각기 속이 있다[從氏作達城行 聊寄五絶句 各有所屬] 5수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4. 01:20
종씨가 달성에 행차하므로 애오라지 다섯 절구를 부쳤는데 각기 속이 있다[從氏作達城行 聊寄五絶句 各有所屬] 5수

꿈속에 본 남녘 땅은 사시 장창 봄빛이라 / 夢中南戒四時春
정연만을 위해서랴 심신 또한 서글프이 / 不爲情緣亦愴神
아녀라 풍운이라 의탁한 바 하 많으니 / 兒女風雲多寄托
매화부는 철심을 지닌 바로 그 사람이 / 梅花賦是鐵心人
종씨에게 속함.
평생의 맺힌 버릇 제거하기 어려우니 / 平生結習汰除難
경박하게 글월함은 뜻이 하마 내키잖네 / 輕薄爲文意已闌
일 천이라 이백 년 전 이끼 쩌른 옛 필적을 / 千二百年苔迹古
찬 촛불 높이 켜고 거듭 서로 점검하네 / 高燒寒燭重相看
자속(自屬). 이때에 진흥왕(眞興王)의 고비(古碑)를 분변함.
천애의 골육지친 이별이 하 많으니 / 天涯骨肉別離多
꽃다운 풀 연못에 세월만 지나가네 / 芳草池塘歲月過
전세의 유마힐(維摩詰)을 아는가 모르는가 / 前世不知摩詰否
어찌하면 너에게 꽃잎을 흩날리리 / 散花於爾奈如何
중제에게 속함.
선산 고을 좋기가 양주와 어떠하뇨 / 善州何如楊州好
학을 타고 돈을 띠면 바로 멋진 인연이지 / 騎鶴腰錢便勝緣
끝내는 솔과 대도 하나의 풀과 나무 / 終是松筠還草木
봄바람과 봄비가 오지 않은 이전이지 / 春風春雨未來前
국인(菊人)에게 속함. 이때 바야흐로 선산 군수가 되었음.
정두라 강렴이라 오후에 비교하니 / 飣餖薑鹽賽五侯
허기진 침 속절없이 식단에 흘리누나 / 饞津空遣食單流
부채 머리 시상은 지금쯤 어떠한고 / 扇頭詩想今何似
남주의 달 밝은 밤 제일가는 누대에서 / 明月南州第一樓
사의(士毅)에게 속함.

[주D-001]아녀라……많으니 : 양(梁) 나라 종영(鍾嶸)의 《시품(詩品)》에 "장화(張華)의 시는 그 체가 화려하여 홍탁이 기이하지 않고 문자만을 교묘하게 써서 곱게 다듬기만을 힘쓰니 비록 일대에 이름은 높았지만 통달한 선비들은 그 시를 아녀의 정이 많고 풍운의 정은 적은 것을 한하였다." 하였음.
[주D-002]매화부는……사람 : 당 나라 시인 피일휴(皮日休)가 매화부(梅花賦)를 서(序)하면서 "나는 일찍이 송광평(宋廣平)의 정자 경질(貞姿勁質)과 강태 의상(剛態毅狀)을 사모하여 그가 철장(鐵腸)과 석심(石心)을 지닌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였다." 하였음.
[주D-003]꽃다운 풀 연못 : 이는 진(晉) 나라 시인 사영운(謝靈運)이 족제(族弟) 혜련(惠連)을 만나면 문득 아름다운 글귀가 나왔다. 하루는 꿈에 혜련을 보고 "池塘生春草"라는 글귀를 지었는데 이 글귀가 사영운 시 전집 중 제일의 가구(佳句)라 일컬었음. 그래서 뒷사람이 형제 사이를 "池塘春草"라는 말로 흔히 쓰고 있음.
[주D-004]꽃잎을 흩날리리 : 《유마힐(維摩經)》 관중생품(觀衆生品)에 "유마힐(維摩詰)이 설법하고 있을 때 한 천녀(天女)가 현신(現身)하여 그 방에서 설법을 듣는 여러 보살 제자의 머리 위에 천화(天花)를 뿌려 주었다." 하였음.
[주D-005]학을……띠면 : 소식의 녹균헌시(綠筠軒詩) 중의 "世間那有楊州鶴"의 소주(小註)에 "腰帶十萬貫 駕鶴上楊州"라는 말이 보임.
[주D-006]정두 : 정두는 안주나 과일을 포개 놓은 것. 한유(韓愈)의 남산시(南山詩)에 "或如臨食案肴核紛飣餖"라 하였다.
[주D-007]오후 : 한 나라 시대 왕씨(王氏)의 다섯 후(侯)를 이름인데 다 귀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