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서벽정에 올랐는데 사의가 불결한 병이 있어 따라오지 못했다. 이튿날 빗속에 구첩의 절구를 부쳤는데 모두가 바로 병을 말한 문자였다. 나 역시 제2수 이하에 많이 언급하여 조롱하였다[秋日上棲碧亭 士毅有不潔疾 不能從 翌日雨中寄九疊絶句 專是說病文字 余亦於第二首以下多及之 仍以嘲之] 9수 |
가을비 가을바람 옛 무리 비웃는 듯 / 秋雨秋風嘲舊徒
죽남의 경자 소리 모호하게 들리누나 / 竹南淸磬語函胡
한 자의 푸른 이끼 문 밖에 어울리니 / 靑苔一尺門外合
나막신 빌린 사람 해상의 소는 없네 / 借屐人無海上蘇
여지의 시절이라 바로 중추 팔월인데 / 荔枝時節恰秋中
이상히도 피부에는 백 덩이가 불긋불긋 / 生怪皮膚百顆紅
역개로 이웃 맺고 온개로 친구 삼아 / 酈疥結隣溫疥友
밤에 인석 배우며 쬐는 농[熏籠]을 끼고 있네 / 夜燒人石擁熏籠
너에게 비교하면 남은 모두 정업이라 / 較爾人皆淨業流
추한 병 못 견디어 맑은 가을 누워있네 / 不堪醜疾臥淸秋
하모릉 밑이라서 가향은 좋지마는 / 蝦蟆陵下家鄕好
하돈과 이름 얼려 이게 되려 시름인 걸 / 名倂河豚却是愁
매 도관(梅都官)을 세상에서 하돈(河豚)이라 이르는데 하돈의 종류에 나하돈(癩河豚)이 있음.
진각을 무릅쓴 잎사이 매달리니 / 猶將塵殼葉間懸
매미가 갈바람에 허물을 못 벗었네 / 也是秋風未蛻蟬
중산 술 훔쳐 마신 그 벌에 풀리고자 / 欲解中山偸飮罰
계산을 익히 하니 가련도 하군그래 / 籌來更熟便堪憐
머리 대고 팔목 잡는 친구 하나 없는데다 / 沒些把臂聚頭親
드센 아내 짜증내는 그 꼴도 못봐줄레 / 未遣頑妻苦見嗔
동학들은 일부러 자리 갈라 앉기로만 / 同學故令分席坐
금을 던진 사람과 한 양으로 여긴 게지 / 看他一例擲金人
외딴 집 적적하다 혼자임을 탄식하니 / 別院寥寥歎獨居
살 스치는 하얀 손이 백 번 나를 부끄럽게 / 拂郞玉手百慙余
가엽게도 완선(頑癬)이 제물의 뜻 일깨우니 / 最憐頑癬還齊物
말이라건 소라건 제멋대로 부르라지 / 呼馬呼牛一任渠
날씨가 그늘질 땐 만날까봐 두려우니 / 天陰時候怕相遭
손톱 살짝 부딪치면 긁고 싶어 못 견디네 / 爪甲鬪來不耐搔
온 몸에 구슬알이 농창하다 제 말하니 / 自道通身珠顆熟
참으로 정 앵도라 불러 마땅 하겠구만 / 眞堪喚做鄭櫻桃
원시에 앵도를 몸에 둘렀다는 등의 말이 있음. 원운의 어(魚)자 협운은 더욱 절구의 금체(禁體)를 범했으며 또 부(夫)자를 첨압하였으므로 별운(別韻)을 썼음.
때와 험이 하얀 살결 더럽힌 게 하 미우니 / 瑕垢偏憎累玉膚
이마 갈아 발치 다면 완전히 없어질까 / 磨君頂踵可完無
원하노니 백 가마 온천물을 길어다가 / 願將百斛溫湯水
인간의 추한 사내 모조리 씻었으면 / 洗盡人間醜丈夫
영롱한 가을 나무 그림 같은 가지에다 / 秋樹玲瓏寫影枝
돌 샘이 맑게 들려 스승보다 낫고말고 / 石泉淸聽過吾師
예로부터 산택은 병을 능히 감추는데 / 由來山澤能藏疾
서글퍼라 운림은 좋은 시를 저버렸네 / 惆悵雲林負好詩
[주D-001]모호하게 들리누나 : 맑은 경자 소리를 말함. 소식의 석종산기(石鐘山記)에 "南聲函胡 北音淸越"이라 하였음.
[주D-002]해상의 소(蘇) : 소식을 말함.
[주D-003]여지의……팔월인데 : 옴병이 성하여 한창 익은 가을 여지와 같다는 것.
[주D-004]역개로……삼아 : 한(漢) 나라 역이기(酈食其)의 아들로 고양후(高梁侯)에 봉해짐. 온개는 연(燕) 나라 장수 이름. 《史記 漢高祖本紀》 여기서는 사위가 옴병이 있으므로 옴 개(疥)자 이름을 지닌 사람을 인용한 것임.
[주D-005]인석 : 일명 추석(秋石). 태워서 연기를 피부병에 쪼이면 효과가 있음.
[주D-006]매 도관(梅都官) : 송 나라 매요신(梅堯臣). 도관원외랑(都官員外郞)을 지냈음.
[주D-007]중산 : 술 이름임. 《수신기(搜神記)》에 "적희(狄希)는 중산(中山) 사람인데 천일주(千日酒)를 만들어 그것을 마시면 천 일을 취한다." 하였음.
[주D-008]금을 던진 사람 : 《세설(世說)》 덕행편(德行篇)에 "관녕(管寧)과 화흠(華歆)이 함께 후원(後園)에서 채전(菜田)의 풀을 매다가 땅에 금조각이 있는 것을 보고 관영은 못 본 듯이 호미질하여 돌 기와장이나 다름없이 여겼는데 화흠은 그 금을 쥐어보고서 내던졌으며, 또 일찍이 동석(同席)하여 글을 읽을 때 수레를 타고 문앞을 지나는 자가 있었는데 관녕은 여전히 글을 읽었고 화흠은 글 읽기를 폐하고 나가 구경하였다. 그러자 관녕은 자리를 쪼개어 갈라 앉으며 하는 말이 그대는 나의 벗이 아니다고 하였다." 하였음.
[주D-009]제물 :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을 말함. 완선(頑癬)은 피부병을 말함.
[주D-010]말이라건 소라건 : 훼예(毁譽)를 남들이 말하는 대로 따름을 말함. 《장자(莊子)》 천도편(天道篇)에 보임.
[주D-011]정 앵도 : 사의(士毅)의 성이 정씨이므로 한 말임.
[주D-012]산택은……감추는데 : 《좌전(左傳)》 선공(宣公) 15년조에 "川澤納汚 山藪藏疾"이라 하였음.
[주D-002]해상의 소(蘇) : 소식을 말함.
[주D-003]여지의……팔월인데 : 옴병이 성하여 한창 익은 가을 여지와 같다는 것.
[주D-004]역개로……삼아 : 한(漢) 나라 역이기(酈食其)의 아들로 고양후(高梁侯)에 봉해짐. 온개는 연(燕) 나라 장수 이름. 《史記 漢高祖本紀》 여기서는 사위가 옴병이 있으므로 옴 개(疥)자 이름을 지닌 사람을 인용한 것임.
[주D-005]인석 : 일명 추석(秋石). 태워서 연기를 피부병에 쪼이면 효과가 있음.
[주D-006]매 도관(梅都官) : 송 나라 매요신(梅堯臣). 도관원외랑(都官員外郞)을 지냈음.
[주D-007]중산 : 술 이름임. 《수신기(搜神記)》에 "적희(狄希)는 중산(中山) 사람인데 천일주(千日酒)를 만들어 그것을 마시면 천 일을 취한다." 하였음.
[주D-008]금을 던진 사람 : 《세설(世說)》 덕행편(德行篇)에 "관녕(管寧)과 화흠(華歆)이 함께 후원(後園)에서 채전(菜田)의 풀을 매다가 땅에 금조각이 있는 것을 보고 관영은 못 본 듯이 호미질하여 돌 기와장이나 다름없이 여겼는데 화흠은 그 금을 쥐어보고서 내던졌으며, 또 일찍이 동석(同席)하여 글을 읽을 때 수레를 타고 문앞을 지나는 자가 있었는데 관녕은 여전히 글을 읽었고 화흠은 글 읽기를 폐하고 나가 구경하였다. 그러자 관녕은 자리를 쪼개어 갈라 앉으며 하는 말이 그대는 나의 벗이 아니다고 하였다." 하였음.
[주D-009]제물 :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을 말함. 완선(頑癬)은 피부병을 말함.
[주D-010]말이라건 소라건 : 훼예(毁譽)를 남들이 말하는 대로 따름을 말함. 《장자(莊子)》 천도편(天道篇)에 보임.
[주D-011]정 앵도 : 사의(士毅)의 성이 정씨이므로 한 말임.
[주D-012]산택은……감추는데 : 《좌전(左傳)》 선공(宣公) 15년조에 "川澤納汚 山藪藏疾"이라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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