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박옹의 수조에 부치다[奇泊翁壽朝] 4수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3. 19:47
박옹의 수조에 부치다[奇泊翁壽朝] 4수

타향이건 고향이건 따져서 무삼하리 / 不計他鄕與故鄕
삼만이라 육천 잔을 백년 날과 함께 하면 / 只要三萬六千觴
맑고도 굳건한 저 쇠기둥을 살펴 보소 / 試看鐵柱淸堅甚
백천 번 돌려 가니 돌이 감히 당할쏜가 / 百折磨過石敢當
임의 나이 어김없는 방옹 나이 당했는데 / 大年恰到放翁時
만수의 시는 되려 세 곱이나 더하구려
/ 萬首詩還三倍之
옹의 시는 이미 삼만 수를 넘었음.
하느님이 옹을 낸건 알괘라 뜻 있으니 / 天遣翁來知有意
사람에게 적선시를 해독하기 위해설레 / 使人解讀謫仙詩
머리 위 나라 은혜 대대로 치우치니 / 頭上恩輝世世偏
배꽃 핀 마을 집에 필묵의 인연일레 / 梨花村舍墨因緣
한 바다 고래를 끌어 내는 그 솜씨는 / 朅來碧海鯨魚手
뇌가 차고 애가 살진 그 해보다 줄잖았네 / 不減腸肥腦滿年
이십 년을 지나도 시 읊은 일 없었으니 / 二十年來無一哦
강산이 조롱하고 나무래도 당할 밖에 / 江山如此任嘲呵
오늘 아침 정 회포 갑자기 약해지니 / 今朝忽覺情懷弱
천 년의 우담발화 나타남에 어찌하리 / 優鉢曇花現則那

[주C-001]박옹 : 박옹은 이명오(李明五)의 호. 자는 사위(士緯). 시에 능했음. 정종(正宗) 때 사람임.
[주D-001]임의 나이……더하구려 : 방옹은 송 나라 시인 육유(陸游)의 호. 육유의 시에 "六十年 問萬首詩"라고 하였는데, 이때 이명오는 60세에 시 3만 수를 지었으므로 한 말임.
[주D-002]한 바다……솜씨 : 시의 힘이 웅장하고 강한 것을 말함. 두보의 시에 "或看翡翠蘭苕上 未掣鯨魚碧海中"이라는 구가 있음.
[주D-003]뇌가……그 해 : 시상(詩想)이 한창 활발한 젊은 때를 말함.
[주D-004]우담발화 : 세상에 흔히 나지 않는 것을 말함. 범어(梵語)의 꽃이름인데 3천 년 만에 한 번 꽃이 핀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