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개원 선방에서 느낌을 고우 금운의 사이에 붙이니 나도 몰래 시름에 저촉되어 부질없이 이 시를 써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3. 18:30
개원 선방에서 느낌을 고우 금운의 사이에 붙이니 나도 몰래 시름에 저촉되어 부질없이 이 시를 써 통판에게 보이다[開元禪房 寓感於古雨今雲之際 不覺觸忤閒愁 漫題示通判]

푸른 하늘 한 손바닥 이 선루에 올라하니 / 靑天一握此禪樓
온조성 드높아라 열수의 머리로세 / 溫祚城高冽水頭
설숙을 만난 적도 삼십 년이 다가와라 / 三十年來逢雪宿
가는 구름 유유하이 백천 지경 지났구려 / 百千境過逝雲悠
난한은 단하 불에 빌리기가 좋다면은 / 煖寒好借丹霞佛
법식은 모름지기 노지우에 구해보세 / 法食要須露地牛
소매 속의 화포를 기억는가 못하는가 / 記取袖中和炮未
유각춘(有脚春)은 여전히 옛날의 현후로세 / 依然春脚古賢侯

[주D-001]온조성 : 남한산성(南漢山城)을 말함.
[주D-002]설숙 : 설두산인(雪竇山人)을 말함.
[주D-003]단하 : 산명인 동시에 동명(洞名)임. 마고산(麻姑山)의 서쪽에 있음.
[주D-004]법식 : 불가어인데 불법에 일중식(日中食)을 말함. 《삼매경(三昧經)》에 "佛與法惠 菩薩說四時食 午時爲法食"이라 하였음.
[주D-005]노지우 : 노지백우(露地白牛)를 이름인데 노지는 일체의 번뇌가 단절된 곳이고 백우는 점의 염오(染汚)도 없고 오로지 청정한 소로서 법신(法身)의 무구(無垢)에 비유한 것임. 《法華經 譬喩品》 주희(朱熹)의 시에 "飛騰莫羨摩天鵠 純熟須參露地牛"라 하였음.
[주D-006]화포(和炮) : '포화(飽和)'와 같은 뜻임. 당 나라 양숙(梁肅)의 하소이상손사군인군시(賀蘇二常孫使君隣郡詩)에 "民樂其敎 且飽其和"가 있음. '炮'는 '飽'와 통용함.
[주D-007]유각춘(有脚春) : 주 406)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