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증혼허(贈混虛)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3. 18:29
증혼허(贈混虛)

대낮이라 산머리 삿갓 쓰고 지나가니 / 卓午山頭戴笠行
탕가 성을 지닌 사람 문득 맞아 반기누나 / 姓湯人忽喜歡迎
방에 노닌 옛날에 보리세계 들렸더니 / 遊方昔入菩提界
시의 게는 이제 또 폭포소리 듣는구려 / 詩偈今聞瀑布聲
은지삼관은 원력에 말미암고 / 銀地三觀由願力
천룡의 일지는 등불 밝음 이받았네 / 天龍一指繼燈明
돼지 굽고 죽순 굽던 예전 꿈을 추억하니 / 燒猪燒筍追前夢
강상이라 가을 바람 정조차 아득아득 / 江上秋風渺渺情

[주D-001]대낮이라……지나가니 : 주 204) 참조.
[주D-002]탕가……사람[姓湯人] : 당 나라 시승(詩僧) 탕혜휴(湯惠休)를 말함. 두보의 시에 "湯 休起我病 微笑索題詩"가 있음. 여기서는 혼허를 이름.
[주D-003]방에 노닌[遊方] : '방(方)'은 방내(方內)·방외(方外)를 이름인데 여기서는 방외로 승도(僧道)를 말함.
[주D-004]은지 : 불당을 세운 곳으로 불당을 말함.
[주D-005]삼관 : 불가어로서 공관(空觀)·가관(假觀)·중관(中觀)을 말함. 《법화경(法華經)》 삼관조(三觀條)에 "空觀破見思惑 證一切智 成般若德 假觀 破塵沙惑 證道種智 成解脫德 中觀 破無明惑 證一切種智 成法身德"이라 하였음.
[주D-006]천룡의 일지 : 천룡일지선(天龍一指禪)을 말함.《전등록(傳燈錄)》 금화구지전(金華俱胝傳)에 "어느 중이 천룡을 찾아가니 천룡이 손가락 하나를 세워 법을 보여주므로 중은 크게 깨쳤다. 그는 죽으 서 '나는 천룡의 일지두선(一指頭禪)을 얻어 일생 동안 다 못 먹고 간다.' 했다." 하였음.
[주D-007]돼지 굽고[燒猪] : 돼지고기를 굽는다는 말임. 소식의 희답불인시(戲答佛印詩)에 "佛印燒猪待子瞻"이라 하였음.
[주D-008]죽순 굽던[燒荀] : 소동파가 일찍이 유기지(劉器之)를 요청하여 옥판화상(玉版和尙)에게 동참(同參)하자고 하니 기지는 혼연히 따라갔다. 염경사(廉景寺)에 이르러 죽순을 삶아서 먹는데 맛이 매우 좋아 기지가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동파가 "이것은 옥판이다. 이 노사(老師)가 설법을 잘하므로 그대로 하여금 선열(禪悅)의 맛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