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실제(失題) [1]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3. 18:25
실제(失題) [1]

금즉이라 옛 다리 동쪽이 내 집이라 / 我家金鯽舊橋東
붉은꽃이 흰꽃과 어울려 피었으리 / 紅者開兼白者同
여윈 뇌를 지탱하는 수선과 마주 앉고 / 獨對水仙支瘦腦
봄바람에 웃음짓는 옥비를 못따르네 / 未從玉妃笑春風
황혼이라 얕은 물에 꿈의 혼이 돌아오고 / 夢廻淺水黃昏際
한촌이라 저문 눈에 읊는 노래 끊어졌네 / 吟斷荒村暮雪中
듣자하니 호아는 시의 뜻이 원만타고 / 近聞虎兒詩意足
옛 동산 그리워서 공중에다 써 대는 걸 / 鄕園物色漫書空

[주D-001]황혼이라 얕은 물[淺水黃昏] : 임화정(林和靖)의 매화시(梅花詩)에 "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이라 하였음.
[주D-002]호아 : 미불(米芾)의 아들 미우인(米友仁)의 이름이 호아임. 여기서는 비유하여 쓴 것임.
[주D-003]공중에다 써 대는 걸[書空] : 괴이한 일을 표시하는 말임. 진(晉) 나라 은호(殷浩)가 출방(黜放)을 당하자 입으로는 원망하는 말이 없고 다만 종일토록 공중을 향하여 '돌돌괴사 (咄咄怪事)'란 네 글자를 썼다고 함. 《晉書 本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