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우작(偶作).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20:20
우작(偶作).

주조라 하늘가 한 바다 가장자리 / 朱鳥天邊大海湄
삼신산 꿈틀꿈틀 서쪽 맥(脈)이 달리었네 / 神山蜿蜒走西支
들 가운데 작은 고을 겨우 말만한데 / 野中小治僅如斗
푸른 돌의 성곽은 짧은 대울 연댔구려 / 靑石郭連短竹籬
홍연이라 보기는 청하의 비갈이요 / 汞鉛寶氣靑霞碣
송죽 같은 굳센 절개 동문의 사당일레 / 松竹勁節東門祠
인가들은 모두 다 수성 아래 의지하고 / 人家盡依壽星下
수선꽃은 천 송이에 또 다시 만 가질세 / 水仙千朶復萬枝
원우의 죄인 신세 혜주 밥을 실컷 먹고 / 元祐罪人惠州飯
입극의 바람비에 거이(居夷)마저 잊었다오 / 笠屐風雨忘居夷
섬 아이 바다 남정 근자에 친숙해져 / 島童海丁近相熟
이따금 현정(玄亭) 찾아 기자(奇字)를 묻곤 하네 / 有時叩玄兼問奇
독표화저의 고기보다 더 나은 듯 / 獨豹勝似花猪肉
보리누룩 새로 빚은 막걸리 한 에다 / 麥麯新醅酒一䲭
오색 구름 많은 곳은 꿈조차 실 같은데 / 五雲多處夢如縷
답답 깨는 봄 산은 푸른 눈썹 비끼었네 / 破悶春山橫翠眉

[주D-001]주조 : 남방의 성수(星宿)로 즉 주작(朱雀)임.
[주D-002]원우의……먹고 : 원우는 송 철종(宋哲宗)의 연호인데, 원우의 죄인이란 소식을 말함. 소식이 왕안석(王安石)의 신법(新法)을 반대하였으므로 숭령(崇寧) 원년에 채경(蔡京)이 사마광(司馬光)의 구당(舊黨) 1백 2십 명을 간당(奸黨)이라 지목하고 비를 세웠음. 혜주밥은 동파가 혜주로 귀양갔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임. 황정견의 시에 "飽喫惠州飯 細和淵明詩"라 한 구가 있음.
[주D-003]현정(玄亭)……하네 : 양웅(揚雄)의 고사. 주 66) 참조
[주D-004]독표(獨豹) : 거위를 말함.
[주D-005]화저(花猪) : 돼지를 말함. 소식(蘇軾)의 시에 "五日一見花猪肉 十日一遇黃鷄粥"이라고 한 구가 있음.
[주D-006]병[鴟] : 술병을 말함. 소식의 시에 "金錢百萬酒千鴟"라 한 구가 있음.
[주D-007]오색 구름[五雲] : 대궐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