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북경에 들어가서 제공들과 서로 사귀기는 했으나 시로써 계합을 다진 적은 없었다. 돌아올 무렵에 섭섭한 회포를 금할 길 없어 만필로 구호하다[我入京與諸公相 交未曾以詩訂契 臨歸不禁悵觸 漫筆口號] |
내 구이에 났으니 비루할 수밖에 없소 / 我生九夷眞可鄙
중원의 선비들과 사귐 맺기 부끄럽네 / 多媿結交中原士
누 앞의 붉은 해는 꿈속에 밝았어라 / 樓前紅日夢裏明
소재선생 문하에 판향을 바쳤다오 / 蘇齋門下瓣香呈
오백 년을 뒤져서 다만 이날에야 / 後五百年唯是日
천만 사람 다 거치어 선생을 뵈옵다니 / 閱千萬人見先生
연어(聯語)를 사용함.
운대는 완연하다 그림 속에 보던 얼굴 / 芸臺宛是畫中覩
내가 일찍이 운대의 소조(小照)를 간직하였음.
경적의 바다라면 금석의 부고로세 / 經籍之海金石府
토화도 정관 시대 구리를 못 삭히니 / 土華不蝕貞觀銅
허리에 찬 작은 비는 천년이 예롭구나 / 腰間小碑千年古
운대는 동주(銅鑄)의 정관비(貞觀碑)를 찼음.
화도비를 만난 것은 진돈재 심암(心葊)의 호서 처음이라 / 化度始自螴蜳齋
반담 연완 아울러 사다리가 되었다네 / 攀覃緣阮並作梯
그대 바로 한바다 고래 끄는 솜씨라면 / 君是碧海掣鯨手
내 지닌 신령한 마음 점서에 통한달까 / 我有靈心通點犀
주 야운의 묵묘는 천하에 이름 높아 / 野雲墨妙天下聞
구죽도는 일찍이 해외에서 보았거든 / 句竹圖曾海外見
더구나 옛사람은 밝은 달과 같은지라 / 況復古人如明月
선생의 손가락을 따라서 나타나네 / 却從先生指端現
야운이 옛사람의 진상(眞像)을 잘 묘사하여 나에게 주었음.
옹씨집 아우 언니 쌍벽이 어울리니 / 翁家兄弟聯雙璧
일생에 고전벽(古錢癖)을 버리기 어렵구나 / 一生難遣愛錢癖
고전(古錢) 수거만(巨萬)을 모았음.
영지는 뿌리 있고 예천은 근원 있어 / 靈芝有本醴有源
질탕한 풍류는 한 격이 높고말고 / 爾雅迭宕高一格
주송 지은 유령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 最憐劉伶作酒頌
삼산(三山)
이따금 한 번씩 맞는다는 서막마저 / 徐邈聊復時一中
몽죽(夢竹)
이름난 집 자제로 조옥수를 쳐다보면 / 名家子弟曹玉水
가을물은 정신되고 옥은 뼈가 되었다오 / 秋水爲神玉爲髓
담계 문하 고제(高弟)로서 더함 없는 청진이라 / 覃門高足劇淸眞
붓대 아래 긴 노래는 글귀마다 신붙었네 / 落筆長歌句有神
개정(介亭)
돌이켜 생각하니 맨 처음 만난 날엔 / 却憶當初相逢日
만난 것만 반겼을 뿐 이별은 몰랐는데 / 但知有逢不有別
내 지금 발치 돌리면 바로 곧 만 리라 / 我今旋踵卽萬里
땅 모퉁이 하늘가가 한 방에 있군그래 / 地角天涯在一室
조물주의 농락이 너무도 교활하니 / 生憎化兒弄狡獪
인간이란 둥글면은 이즈러짐 따라붙네 / 人每喜圓輒示缺
눈을 거친 연운에도 눈에 남긴 발톱에도 / 煙雲過眼雪留爪
그 가운데 삭지 않는 일단이 있고말고 / 中有一段不磨滅
용뇌는 모름지기 공작꼬리 끌어오고 / 龍腦須引孔雀尾
비파는 유빈의 철과 서로 응한다네 / 琵琶相應蕤賓鐵
가물가물 혼 녹이긴 이별일 따름이라 / 黯然銷魂別而已
압록강물 술을 빚어 술잔으로 말려보세 / 鴨綠江水杯中渴
[주D-001]운대 : 완원(阮元)의 호임. 청 나라의 의징(儀徵) 사람으로 자는 백원(伯元)이고 건륭(乾隆) 때 진사로 도광(道光) 시대에는 벼슬이 태부(太傅)에 이르렀다. 학술의 제창을 자기의 임무로 삼고 사관(史館)에서 《유림전(儒林傳)》을 창수(倡修)하였으며 또 《십삼경주소(十三經注疏)》를 교감하여 학자에게 제공하였음. 저서는 《잠연당집(潛硏堂集)》이 있고 시호는 문달(文達)임.
[주D-002]화도비 : 화도사비(化度寺碑) 탁본을 말함.
[주D-003]심암(心葊) : 이심암(李心葊)을 말함.
[주D-004]신령한……통한달까 : 당(唐) 이상은(李商隱)의 무제시(無題詩)에 "心有靈犀一點通"이란 글귀가 있는데 서각(犀角)이 양두(兩頭)를 통했으므로 통서(通犀)라고도 한다. 《신주이물지(神州異物志)》에는 "서(犀)가 신이(神異)를 지녀 뿔로써 영(靈)을 표하므로 영서라 한다." 하였음.
[주D-005]손가락……나타나네 : 주 176) 참조
[주D-006]삼산(三山) : 유희해(劉喜海)의 호임. 유령(劉伶)을 말한 것은 성이 같기 때문임.
[주D-007]몽죽(夢竹) : 서성백(徐星伯)의 호로 이름은 송(松)이다. 서씨이기 때문에 서막을 빌려 말한 것임.
[주D-008]조옥수 : 조강(曹江)의 자인데 호는 석계(石谿)임.
[주D-009]개정(介亭) : 홍점전(洪占銓)의 호임.
[주D-010]유빈의 철 : 주 98) 참조
[주D-002]화도비 : 화도사비(化度寺碑) 탁본을 말함.
[주D-003]심암(心葊) : 이심암(李心葊)을 말함.
[주D-004]신령한……통한달까 : 당(唐) 이상은(李商隱)의 무제시(無題詩)에 "心有靈犀一點通"이란 글귀가 있는데 서각(犀角)이 양두(兩頭)를 통했으므로 통서(通犀)라고도 한다. 《신주이물지(神州異物志)》에는 "서(犀)가 신이(神異)를 지녀 뿔로써 영(靈)을 표하므로 영서라 한다." 하였음.
[주D-005]손가락……나타나네 : 주 176) 참조
[주D-006]삼산(三山) : 유희해(劉喜海)의 호임. 유령(劉伶)을 말한 것은 성이 같기 때문임.
[주D-007]몽죽(夢竹) : 서성백(徐星伯)의 호로 이름은 송(松)이다. 서씨이기 때문에 서막을 빌려 말한 것임.
[주D-008]조옥수 : 조강(曹江)의 자인데 호는 석계(石谿)임.
[주D-009]개정(介亭) : 홍점전(洪占銓)의 호임.
[주D-010]유빈의 철 : 주 9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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