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又] |
백장(百丈)은 단지 대기(大機)만 얻었고 황벽(黃蘗)은 단지 대용(大用)만을 얻었다고 하니 과연 그런가, 않은가? 무용(無用)의 기(機)는 없는 동시에 무기(無機)의 용(用)도 없을 것 같은데 사(師)의 기와 용이 구족(具足)한 것은 이야말로 백장을 뛰어나고 황벽을 넘어선 까닭인가? 사는 반드시 받아들이지 않으려니와 반면에 사양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을 하는 자는 곧 선문(禪門)의 이른바 조병(祖病)일진대 사의 기·용이 구족함은 조병을 구약(救藥)할 수 있는 것인가? 이는 이를테면 조병을 말하는 자가 아울러 불병(佛病)을 말할 수 있는데 조병은 전변(傳變)하여 백 가지로 나타나지만 불은 본시 한 가지 병도 없다. 이 관문을 통과한 연후라야 조도 말하고 불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일컬은 기·용에 대하여는 진실로 그르침을 포개고 잘못된 것을 이어 받아서는 아니 되겠기에 백장·황벽을 위하여 해조(解嘲)를 하는 것이며 역시 사에게도 들어서 보여주는 바다. 노과(老果)는 쓰다. 이때 나이는 칠십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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