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붕(海鵬)의 공(空)이여! 오온개공(五蘊皆空)의 공이 아니요 바로 제법의 공상(空相)으로 공즉시색(空則是色)의 공이다. 사람이 혹은 그를 공종(空宗)이라 이르는데 그는 아니니 종에 있지 아니하고 또 혹은 진공(眞空)이라 이르는데 그럴 것도 같으나 나는 또 진이 그 공을 누(累)할까 두려우니 또 붕의 공은 아니다. 붕의 공은 바로 붕의 공이니 공이 대각(大覺)을 낳는다는 것은 바로 붕의 어긋난 풀이이며 붕의 공이 홀로 나아가고 홀로 통하는 것은 또 착해(錯解) 속에 있는 것이다. 당시에 일암(一庵)·율봉(栗峯)·화악(華嶽)·기암(畸庵)이 각자의 견식을 가져 붕과 더불어 서로 오르내리나 그 공을 통하는 데에는 다 붕의 공에 뒤질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이르기를 "선(禪)은 바로 대위(大潙)라면 시(詩)는 바로 박(朴)일진대 대당(大唐)의 천자와 단지 세 사람일레.[禪是大潙詩是朴大唐天子只三人]" 하였으니 붕은 바로 대당 천자인 것이다. 상기도 기억되는 것은 붕은 눈이 가늘고 점 찍혀 파란 동자가 사람을 쏘니 비록 불이 꺼지고 재가 차도 파란 눈동자는 오히려 남았을 것이다. 이를 본 삼십 년 후에는 붓을 놓고 껄껄대어 크게 웃으며 삼각 도봉(道峯)의 사이와 같이 역력(歷歷)하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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