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백파상찬[白坡像贊] 병서(竝序)

천하한량 2007. 3. 9. 18:40
백파상찬[白坡像贊] 병서(竝序)

내가 예전에 달마상(達摩像)을 가졌었는데 사람들이 그를 보고서는 백파(白坡)의 상으로 삼지 않는 자 없었으니 그 기연(機緣)이 매우 이상하다. 척리(隻履)는 서로 돌아가고 보신(報身)은 동에 나타난 것인가?
옛날에 산곡 노인이 이백시가 그린 도연명의 상이 자가(自家)의 상과 더불어 서로 방불하며 또 진회해(秦淮海)가 가지고 있는 도연명의 상은 더욱 틀림없이 같다 하여 연명의 상으로써 자기의 상을 삼은 일이 있다.
그래서 오늘날 달마·백파가 하나도 아니요 둘도 아니어서 등(燈)과 등이 서로 어울리고 주망(珠網)주반(主伴)
이 거듭거듭 서로서로 원융(圓融)하여 구애됨이 없었다. 마침내 들어 영구산(靈龜山) 속에 맡겨 백파의 상을 만들어 놓고 그 문도(門徒)로 하여금 조석으로 훈공(薰供)함으로 그 상의 곁에 써서 고기(孤起)의 송(頌)에 대신한다.
멀리 바라보면 달마와 같은데 / 遠望似達磨
가까이 보면 바로 백파로구려. / 近看卽白坡
차별이 있음을 가지고서 / 以有差別
둘이 아닌 문에 들어갔네. / 入不二門
흐르는 물은 오늘이라면 / 流水今日
밝은 달은 전신이로세. / 明月前身

[주D-001]척리(隻履)는 서로 돌아가고 : 불교의 고사임. 《전등록(傳燈錄)》에 "달마(達摩)가 웅이산(熊耳山)에 묻혔는데 송운(宋雲)이 서역(西域)에 사신갔다 돌아오면서 사(師)를 총령(蔥嶺)에서 만났다. 보니, 사는 손에 척리(隻履)를 들었으므로 운은 묻기를 '사는 어디로 가오?' 하니 사는 서천(西天)으로 간다고 대답했다. 운은 그 사실을 갖추어 상(上)께 아뢰니 상은 관(棺)을 일으켜 살펴보게 한 바 다만 혁리(革履)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하였음.
[주D-002]진회해(秦淮海) : 송 고우인(高郵人)으로 이름은 관(觀), 자는 소유(少游), 호는 태허(太虛)이다. 문장에 공(工)하고 의논에 장(長)하며 시(詩)도 또한 청려(淸麗)하였다. 저술로는 《회해집(淮海集)》 40권이 있음.
[주D-003]주망(珠網) : 제석천궁(帝釋天宮)의 보주망(寶珠網)을 말한 것임.
[주D-004]주반(主伴) : 주반무진(主伴無盡)을 이름인데 말하자면 만유(萬有)가 각각 주(主)가 되고 반(伴)이 되어 상즉상입(相卽相入)하여 중중무진(重重無盡)을 의미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