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주 이 상서의 권에 쓰다[書三洲李尙書卷] |
주 부자(朱夫子)가 말년에 들어 《참동계(參同契)》에 마음이 끌려 심지어는 공동거사(崆峒居士) 주본(注本)까지 냈었다. 지금 이 운당(篔簹)의 고사를 간추려 보면 주자가 육십팔 세 되던 때 일이었으니 작고한 경신년과의 거리는 삼수 년간에 지나지 않는다.
저으기 듣건대 천하에 세 가지 정리(定理)가 있으니 하나는 나라를 다스리면서 하늘에 빌어 운명을 길게 하는 것이요, 하나는 학을 하여 성현의 지경에 이르는 것이요, 하나는 몸을 닦아서 더욱 장수하는 것이라 했는데, 이는 다 인력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주자의 감발(感發)한 바는 그 장년(長年)의 의에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참동(參同)의 대지(大旨)는 대역(大易)과 더불어 서로 발명되어 감·리(坎离)의 광확(匡廓)은 바로 태극도(太極圖)와 더불어 합치되며 또 언어를 삼가고 음식을 존절(撙節)하고 분을 참고 욕(欲)을 막는 것이 곧 이 서의 요점이 되고 또 머리와 끝은 무(武)로 하고 중간은 문(文)으로 하는 것도 우리 유가의 공부와 더불어 한 모양이어서 처음에 뜻을 세우는 것은 용맹스럽게 곧장 나아가는 것을 요하며 말후에 미쳐서는 곧장 천덕(天德)에 도달하여 간두(竿頭)에서 다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은 또 무를 요하며 중간에 들어 잊으려도 말고 조장하려도 마는 것은 도리어 문을 요하는 것이니 그 유자의 일과 서로서로 인합(印合)되는 것이 이와 같다. 주자가 마음이 끌리게 된 것도 역시 이에 있음이 아니겠는가.
삼주(三洲) 상서(尙書)가 이 권(卷)을 보내어 내 글자를 요구하는데 상서는 이미 기사(耆社)에 들어갔고 나의 천령(賤齡) 또한 육십오 세라 깊이 금단(金丹)의 지모(遲暮)의 뜻에 느낀 바가 있어서 아울러 조식잠(調息箴)을 써서 명령에 보답하는 것이나 이에는 역시 정성과 축수(祝壽)를 붙인 것이요 글자를 위함만이 아니다. 늙은 눈이 안개가 서리고 늙은 필(筆)이 볼품이 없어 너무도 부끄러우니 남에게 이야기하기는 너무도 부족하다.
[주D-001]참동계(參同契) : 서명(書名)임. 갈홍(葛洪)의 신선전(神仙傳)에 위백양(魏伯陽)의 작이라 칭하였는데, 그 내용의 실상은 《역(易)》의 효상(爻象)을 가차(假借)하여 단(丹) 만드는 뜻을 논하였다. 그런데 세상의 유자(儒者)들이 신단(神丹)의 일을 알지 못하므로 많이 음양(陰陽)을 들어 주(注)를 하였다고 함. 후세에 노화(爐火)를 말하는 자들은 다 이 서(書)로써 비조(鼻祖)를 삼았으며 서명을 《참동계》라 한 것은 《주역》·황로(黃老)·노화(爐火)·삼가(三家)를 서로 참동(參同)하여 일방(一方)에 돌려 대도(大道)에 합치함을 이른 것이다. 송유(宋儒)로서 주자(朱子) 및 채원정(蔡元定) 같은 이들도 다 일찍이 치학(治學)하였으며 주자가 《고이(考異)》 한 권을 지어 말미에 공동도사 추흔(崆峒道士鄒訢)이라 서(署)했는데 바로 주자의 우명(寓名)임.
[주D-002]운당(篔簹)의 고사 : 주자의 원기중(袁機中) 참동계(參同契)에 대한 발(跋)에 "나는 지난 번에 순창(順昌)을 자나면서 운당포(篔簹舖)에 쉬었는데 그 벽상(壁上)에 제(題)가 있어 이르기를 '煌煌靈芝 一年三秀 余獨何爲 有志未就'라 하였기에 나는 그 사(辭)를 삼복(三復)하며 슬퍼하였다. 뒤에 다시 그곳을 지나니 구제(舊題)는 보이지 아니하고 세월을 헤아려 보니 벌써 40년이어서 전사(前事)를 느끼어 절구(絶句)를 희제하기를 '冉冉百年能幾何 靈芝三秀欲何爲 金丹歲暮無消息 重歎篔簹壁上詩'라 하였다." 하였음.
[주D-003]광확(匡廓) : 각서판(刻書版)의 변확(邊廓)을 말함. 《서림청화(書林淸話)》에 "송(宋)의 시대에 각한 서(書)는 그 광학이 가운데가 접혀 중(中)·상(上)·하(下)에도 흑패(黑牌)를 남겨두지 않는다." 하였음.
[주D-002]운당(篔簹)의 고사 : 주자의 원기중(袁機中) 참동계(參同契)에 대한 발(跋)에 "나는 지난 번에 순창(順昌)을 자나면서 운당포(篔簹舖)에 쉬었는데 그 벽상(壁上)에 제(題)가 있어 이르기를 '煌煌靈芝 一年三秀 余獨何爲 有志未就'라 하였기에 나는 그 사(辭)를 삼복(三復)하며 슬퍼하였다. 뒤에 다시 그곳을 지나니 구제(舊題)는 보이지 아니하고 세월을 헤아려 보니 벌써 40년이어서 전사(前事)를 느끼어 절구(絶句)를 희제하기를 '冉冉百年能幾何 靈芝三秀欲何爲 金丹歲暮無消息 重歎篔簹壁上詩'라 하였다." 하였음.
[주D-003]광확(匡廓) : 각서판(刻書版)의 변확(邊廓)을 말함. 《서림청화(書林淸話)》에 "송(宋)의 시대에 각한 서(書)는 그 광학이 가운데가 접혀 중(中)·상(上)·하(下)에도 흑패(黑牌)를 남겨두지 않는다."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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