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24]

천하한량 2007. 3. 9. 18:18
초의에게 주다[與草衣][24]

갈라놓은 듯 일체 오고가는 일이 없으니 먼 생각이 자못 간절하던 차 곧 집 하인으로부터 범함(梵椷)과 다포(茶包)를 얻어 보니 기뻐 흐뭇하네.
더구나 선안(禪安)이 대광명(大光明)하여 성취가 원호(圓好)하다 하니 매우 거룩한 일이로세.
편액 글자를 수곤(水閫)에게 청촉(請囑)한 것은 과연 극히 좋았는데 지금 보내온 탑본을 보니 족히 대웅전과 아름다움을 나란히 할 만하네.
천한 몸은 구비의 괴로운 병이 여러 해를 지났고 또 눈곱마저 더하여 사대(四大)와 육진(六塵)이 마요(魔撓)되지 않는 것이 없으니 한탄한들 어쩌리오.
허치는 그사이 혹 돌아와서 무양(無恙)한가? 생각이 간절하네. 눈을 감고 손 가는 대로 간신히 적으며 불선.

[주D-001]수곤(水閫) : 수사(水使)를 말함. 이 당시 수사는 신헌(申櫶)이었음.
[주D-002]사대(四大)와 육진(六塵) : 사대(四大)는 지(地)·수(水)·화(火)·풍(風)를 말함. 이 네 가지는 광대(廣大)하여 일체의 색(色)·법(法)을 조작 생출하기 때문에 사대라 이름하였음. 육진(六塵)은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의 육경(六境)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