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22]

천하한량 2007. 3. 9. 18:18
초의에게 주다[與草衣][22]

앞에 부친 한 서한은 이것과 더불어 차례지어 받아보게 될른지요.
어느덧 봄이 반에 접어들었으니 광음이 나그네에게는 일부러 빨리 가는 것인가? 산가의 일월도 역시 세상과 함께 밀고 옮겨가곤 하는 것이 이와 같은가? 다시 묻노니 선황(禪況)이 길하고 편안한가? 마음을 놓지 못하네.
천한 몸은 예전의 괴로움 그대로인데 다만 집 하인이 와서 중·계(仲季) 아우 안보(安報)를 얻어 보고 또 사의 소식을 얻었으니 해 뒤의 간절한 바람이라, 너무도 위안이 되네.
백파(白坡) 노인은 편지를 서울로부터 보내와서 연장누독(連章累牘)의 수천백 자였었는데 이것이 다시 전설(前說)을 거듭하고 말았으니 사로 하여금 곁에 있어 함께 입증하지 못한 것이 한이로세.
신력(新曆)은 부쳐 보내니 두고 봄이 어떨지요. 허치(許痴)는 또 여기서 떠나가므로 대략 소식만 전하네. 불선.
신이화(辛夷花)는 금년 여름에도 역시 거두어 말려서 보내주면 어떻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