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21]

천하한량 2007. 3. 9. 18:17
초의에게 주다[與草衣][21]

산중의 일월도 역시 세간과 더불어 새해로 돌아왔는가? 스스로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해 있으니 때가 옮기고 달이 화(化)하는 것을 따질 것이 없겠군그래.
지난 섣달에 철을 넘긴 편지를 얻어 보았으니 상기도 마음에 흐뭇하다오.
바로 묻노니 봄 뒤에 선송이 길리(吉利)하며 묵은 병도 쾌히 물러가서 가는 곳마다 가볍고 편안하며 조급증도 발작을 아니하여 별다른 번뇌는 없는지 자못 마음이 놓이질 않네.
이 몸은 구비(口鼻)의 풍증과 화기(火氣)가 선뜻 수그러지지 아니하고 이처럼 치성하니 고해의 광경(光景)이 본래 이 업연(業緣) 속에서 나오고 사라지곤 하는데 다만 그것에 얽히고 감기지 아니하여 괴로움을 돌려 낙으로 삼는 것이 사(師)마냥 작을 것을 참지 못하는 것과는 같지 않다네. 이는 근일에 약간의 공부와 수련을 얻은 소치라네.
사가 만약 이 병이 있다면 선열(善悅)의 무리가 어떻게 한 시간인들 견뎌나겠는가. 우스운 일일세.
마침 인편을 인하여 대략 적으며 우선 부진(不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