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들은바 안마(鞍馬)를 이기지 못하여 볼기살이 벗겨져 나가는 쓰라림을 겪고 있다 하니 자못 염려가 되네. 크게 상처를 입지나 않았는가. 내 말을 듣지 않고서 망행 망동을 하였으니 어찌 그에 대한 앙갚음이 없을 수 있겠는가. 사슴가죽을 아주 엷게 조각을 내어 그 상처의 대소를 헤아려서 적당하게 만들어 내어 쌀밥풀로 되게 이겨 붙이면 제일 좋다고 하네. 이는 중의 가죽이 사슴가죽과 어떠냐는 것일세. 그 가죽을 붙이고서 곧장 몸을 일으켜 돌아와야만 꼭 되네. 이 몸은 하냥으로 더위에 괴로움을 당할 따름이라네. 간신히 적으며 불선. 원장(院長)의 맛이 너무도 냉담함을 깨닫겠네. 사는 천리 밖에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한번 놀랍고도 의아스러움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네. 다만 속객이 산중의 고사에 익지 못하여 이와 같이 된 것이니 웃어넘길 밖에 없네. 허치는 날마다 곁에 있어 고화(古畫) 명첩(名帖)을 많이 보기 때문에 그런 건지 지난 겨울에 비하면 또 몇 격(格)이 자랐다네. 사로 하여금 참증(參證) 못하게 된 것이 한이로세. 현재 오취 불(佛)의 진영(眞影)이 실린 수십 책이 있으니 사가 만약 그것을 보면 반드시 크게 욕심을 낼 걸세. 허치와 더불어 나날이 마주앉아 펴 보곤 하니 이 즐거움이 어찌 다하리오. 경탄하여 마지않는다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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