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에게 주다[與草衣][20] |
원함(原椷)은 이미 달이 지났으나 이군(李君)이 출행을 멈추고 떠나지 않더니 영순 도리(永淳闍黎)가 갑자기 멀리 이곳에 오고 아울러 사의 편지를 보게 되니 매우 흐뭇하군그래.
가을 겨울의 사이에 한결같이 선송(禪誦)이 편안한지 늘 거슬려 생각하네.
이 몸은 원함을 쓰던 때와 같이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을 따름일세.
영순의 향학하는 열의는 매우 아름다우나 나같이 비고 비어 한 가지의 능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남에게까지 파급한단 말인가. 배를 틀어 쥐고 크게 웃을 일이로세.
마침 집 하인이 돌아가므로 대략 몇 자를 부치고 아울러 원함마저 보내며 나머지는 다음으로 미루네.
백파는 상기도 성 밖에 남아 있어 석장(錫杖)을 토굴에 맡기고 겨울을 나면서 학도를 모아 강의를 열었다고 하니 매우 기쁜 일이로세.
근간에 선지(禪旨)에 대하여 왕복한 것이 있는데 만약 사와 같은 이를 얻어 서로서로 고증 발명한다면 더욱 기쁜 일일 것이나 이 어찌 흐린 세상에 얻기 쉬운 일이겠는가. 자못 먼 바람만 간절할 뿐일세. 신력(新曆)은 웃고 받아주게.'▒ 완당김정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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