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19]

천하한량 2007. 3. 9. 18:10
초의에게 주다[與草衣][19]

사를 보내고 나서 아직 음신(音信)을 얻지 못하여 한창 생각이 간절하더니 곧 집 하인에게서 수함(手椷)을 얻어보니 단지 흐뭇하고 상쾌할 뿐 아니라 피안(彼岸)에 당도한 이후로는 설사 사소한 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달리 두려워할 것은 없네.
다만 상상하면 산중에서 몸조리한 지 하마 여러 날이었으리니 과연 좋은 상황이 있는가. 도리어 염려가 되네.
이 몸은 여전히 초췌한데 또 병증마저 첨가되었으니 몹시 괴로우나 어찌하리오.
동강(燈缸)은 이 편에 받들어 보내니 바로 곧 철취(鐵嘴)로써 보완(補完)하는 것이 어떻겠는지요.
신이화(辛夷花)와 네 돌[石], 다섯 곡(曲)은 수대로 잘 받았으니 감사하네. 곡은 헛되이 써서는 안 되겠으니 뒤편을 기다려서 자세히 지시해 주기를 바라네.
팔이 아리고 또 바빠서 간신히 적으며 불선.
안경은 과연 효험을 보았는지요? 화로는 멀리 전하기 어려워서 부쳐주질 못하니 자못 한탄스러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