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조눌인 광진 에게 주다[與曺訥人 匡振][3]

천하한량 2007. 3. 9. 04:50
조눌인 광진 에게 주다[與曺訥人 匡振][3]

자제가 뜻밖에 찾아와 주는 것만도 기쁘고 감사한데 하물며 그 옹(翁)을 보나 다름없음에 어찌하리까. 또 성한을 받들고 아울러 행원(杏園)의 여러 글자를 받아보니 볼수록 더욱 기이하여 신묘하기 짝이 없구려. 쾌히 3백년간 누속(陋俗)의 인습을 씻었으니 드물게 있는 일이고말고요. 봄이 벌써 반이 지난 이때에 동정(動靖)이 더욱 건승하신지요. 빌어 마지않사오며 생(生)의 근황은 여전히 딱딱만 하니 족히 말할 게 없사외다.
자제는 편히 지내며 날로 몇 판의 글자를 익히고 있으니 염려를 놓으셔도 되오며 순안(順安) 법흥사(法興寺)의 모서(摹書)에 대하여는 일찍이 허락을 주신 바 있었는데, 왜 부쳐 보내지 않는지요. 행여 빠른 편에 보내주시기를 천만 번 바라외다.
또 자제 말을 들으면 그 사이 부쳐 보낸 편지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데 하나도 온 것은 없으니 괴이하고 의심스런 일이외다. 간신히 초해 올리며, 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