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조눌인 광진 에게 주다[與曺訥人 匡振][2]

천하한량 2007. 3. 9. 04:50
조눌인 광진 에게 주다[與曺訥人 匡振][2]

지난번에 답서를 보냈는데 과연 바로 들어갔는지요. 날마다 매달려 바라는 가운데 어느덧 섣달은 꼬리를 보이고 빈 골짜기의 발자국 소리는 그 사이에 거의 빗나갔으니 이 마음의 괴로움은 아마 상상할 수 있을 거외다.
이해도 겨우 몇 날밖에 남지 않았는데 기거(起居)가 더욱 편안하고 길하며 가난한 선비가 해를 버티어 가는 데는 역시 벼루를 먹고 글자를 달인다는 식연자자(食硯煮字)의 즐거움이 있는지요. 이것저것 먼 생각이 어느 땐들 그치리까.
나의 근황은 예와 하냥인 목석의 어리석은 신세이니 어찌 족히 말할 게 있으리까. 만약 근일에 새로 모한 글자체가 있으면 부쳐 보내어 적막한 이 생활을 달래주시길 속으로 비외다. 두 건의 역서(曆書)는 보내드리니 두고 보셔도 좋으며 새해를 맞이하여 모든 것이 복되고 붓도 잘 나가고 먹도 향기로우며 문자도 길하고 상서롭기를 빌 뿐이외다. 불비.
이 글씨는 존가(尊家)의 비체(碑體)에서 나왔으니 헤아리심이 어떨는지요. 서울에 오시면 서로 고증할 수 있을 거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