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오 진사에게 주다[與吳進士][6]

천하한량 2007. 3. 9. 04:36
오 진사에게 주다[與吳進士][6]

이별 뒤에 곰곰이 생각하니 머리를 마주대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더욱더 아득한 생각만 났었네. 바로 곧 값진 서한을 받고보니 기쁘고 흐뭇하여 전자의 만났던 인연을 이을 만하구려.
동지가 지난 뒤로 따습고 차가움이 고르지 못한데 문기(文祺)가 편안하시다니 축하하여 마지않네.
누인은 병상(病狀)이 그대가 있을 때마냥 더하고 덜함도 없이 한 모양으로 신음하고 있을 따름이라네.
두 종류의 글씨는 여기까지 보내주어 궁황적막(窮荒寂寞)한 지대에 흔히 있지 않은 묵연(墨緣)을 보게 되니 감사할 뿐이며 구필(球筆)은 해외 사람이라서 역시 기이한 소문도 더하며 서법도 확실히 아름다워 송설(松雪)의 문정(門庭)에 있다 하겠고 솔경(率更)에 이르러는 이황(驪黃)의 밖에서 터득한 것이니 반드시 색상을 가지고서 찾을 것은 아니라 생각되네. 우선 잠깐 두었다가 추후에 돌려보내겠네. 나머지는 이만 줄이고 불선.

[주D-001]이황(驪黃) : 겉모양만 보고서는 속을 모른다는 것임. 《열자(列子)》설부(說符)에 "구방고(九方皐)가 진 목공(秦穆公)을 위해 말을 구하여 얻어 놓고 하는 말이 '牝而黃'이라 하여 사람을 시켜서 가보게 한 바 '牡而驪'였다. 그래서 그것을 가져와보니 과연 천하의 명마였다. 그러므로 상식(賞識)이란 빈모이황(牝牡驪黃)의 밖에 있는 것이다."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