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오 진사에게 주다[與吳進士][3]

천하한량 2007. 3. 9. 04:35
오 진사에게 주다[與吳進士][3]

매양 수레축을 뽑아 우물에 던지거나 신발을 숨겨두지도 못하고 또 날선 가위로 얽히고설킨 것을 깨끗이 잘라버리지도 못하고서 작별 후의 괴로운 경지만을 만드니 마음이 모질지 못한 탓이라 도리어 우습기만 하네.
바로 곧 윤생(尹生)이 찾아옴으로 해서 값진 서한을 받으니 조금 마음이 풀리며 또 무사히 잘 돌아가서 체력이 강건하다니 축하해 마지않네.
나의 병은 한결같이 신음 중에 있는데 마침 집소식이 당도하여 앓던 가슴이 조금 풀리나 철규(鐵虯)의 배편은 풍신(風信)이 자못 둔하니 마음이 놓이지 않네그려. 계첩(稧帖)쇄금첩(碎金帖)은 과시 다 우리나라의 각으로서 전혀 근사하지도 않은데 이를 가지고서 산음(山陰)의 진영(眞影)으로 하남(河南)의 비법으로 삼고 있으니 어찌 답답하고 한탄스럽지 않으리오. 두 종의 약재는 잘 받았네. 나머지는 뒤로 미루고 불선.

[주D-001]수레축을……던지거나 : 손님을 만류하는 간절함을 말함. '할(轄)'은 수레축 끝의 건(鍵)인데 곡(轂)에 꿰는 것임. 한(漢)의 진준(陳遵)이 빈객을 많이 모아 문을 닫고 거할(車轄)을 가져다가 우물 속에 던지고서 손님이 가지 못하게 하였다. 《漢書 陳遵傳》
[주D-002]신발을 숨겨두지도 : 빈객을 간절히 만류한다는 뜻인데 출처는 자세치 않음.
[주D-003]철규(鐵虯) : 남방(南方) 사승(寺僧)의 이름임.
[주D-004]계첩(稧帖) : 왕희지의 난정첩인데 첫머리에 "會于山陰之蘭亭 修稧事也" 하였으므로, 일명을 계첩이라고도 함.
[주D-005]쇄금첩(碎金帖) : 저수량(褚遂良)의 서첩을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