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20]

천하한량 2007. 3. 9. 04:30
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20]

겨우 안부를 부친 일이 있었는데 이윽고 혜서를 받드니 침개(鍼芥)의 서로 응함이 우연은 아닌 듯하외다. 서녘 바람이 다순 기운을 돌리어 주는데 영감 신상의 묵은 병이 아직도 쾌유를 못 보셨다니 염려됨이 실로 많구려.
다시 원습의 사이에 나가 우울을 풀고 심신을 통창하게 한다면 씻은 듯이 없어져서 저 두풍격(頭風檄)과 광릉도(廣陵濤)와 같이 될 줄을 어찌 아오리까.
누인의 병은 해탕(蟹宕) 속에 가물가물할 뿐 물리쳐 버릴 곳이 없으니 민망하며 집 소식은 들림만 있고 소식은 없어 바야흐로 고대하고 앉아 있자니 더욱 답답만 하외다. 보내주신 신양(新醲)은 구 년 이래 처음 맛보는 것이어서 병든 위가 웬만큼 돌아왔으니 백록담(白鹿潭)의 영액(靈液)이나 신고(神膏)에 비등하다 하겠으며 게다가 가효(佳肴)마저 보내주시니 기쁨이 소망 밖에 벗어났다오. 모르지만 백의(白衣)의 울 밑에도 역시 이런 일이 있었던가요? 좋이 웃을 밖에요.
전번에 아뢴 것은 심상한 과거사로 보아 넘기지 말고 반드시 까닭을 살펴 특별히 손을 써 주면 어떻겠소. 모든 것은 뒤로 미루고 의식을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두풍격(頭風檄)과 광릉도(廣陵濤) : 두풍격은 삼국 시대 진림(陳琳)이 원소(袁紹)의 휘하에 있으면서 조조(曺操)를 성토하는 격문을 지어 보냈는데 조조는 그 격문을 읽고 모골(毛骨)이 송연하여 저도 모르게 숙질(宿疾)인 두풍(頭風)이 씻은 듯이 없어졌다. 그리하여 조조는 말하기를 "陳琳文字雖嘉 其於袁紹武略之不足 如何"라 하였음. 광릉도는 한(漢) 나라 매숙(枚叔)이 칠발(七發)로써 초 태자(楚太子)의 병을 치유하는데 제5발에 "客曰 將以八月之望 與諸侯遠方交遊兄弟 並往觀濤于廣陵之典江"이라 하였음.
[주D-002]해탕(蟹宕) : 탕은 석광(石曠)을 이름. 즉 게굴임.
[주D-003]영액(靈液)이나 신고(神膏) : 신선이 복용하는 약을 이름.
[주D-004]백의(白衣)의 울 밑 : 도잠(陶潛)의 고사로 백의사자(白衣使者) 송주(送酒)에서 나온 것인데 자세한 것은 주 246)에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