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15]

천하한량 2007. 3. 9. 04:28
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15]

바람은 되게 불고 구름도 가득 덮였으니 우러름과 그리움이 흔들리고 넘실거려 얼른 가라앉지 않는구려.
바로 곧 혜서를 받들어 살피온 바 절기는 제고(題糕)가 지났는데 조신 중의 영감 체력이 차츰 왕성하시다니 얼마나 흐뭇한지 모르겠사외다.
세상에서 일컫는 길상(吉祥)과 선사(善事)란 하늘에 있어서는 화한 바람과 단 비이며 땅에 있어서는 온갖 풀이 번성한 것이며 사람에게 있어서는 영문(令聞)과 영예(令譽)일진대 근래 명월(明月)의 일은 온 섬이 즐겁다 못해 서로 알리며 떠들썩하여 영문이 다함 없으리니 비록 팔만 사천의 길상(吉祥)인들 어찌 이보다 많다 하오리까. 영감을 위해 이마에 손을 더하며 곧장 영감을 향해 등을 어루만져 주고 싶구려.
환분(還分)의 일이 이를 즈음하여 이루어진 것은 또 우연이 아닌 것만 같으니 기뻐 칭송하여 진실로 말지 못하외다.
누인의 병은 그 사이에 또 담체(痰滯)가 더치어 수십 일 동안을 크게 앓고도 상기 위가 막혀 먹지를 못할뿐더러 신기(神氣)가 전혀 수습되지 않으니 답답하외다.
월례의 도움은 차고 써늘한 주방을 가득 채워주니 갈수록 더욱 느꺼울 뿐이며 따로 적어 보여 주신 것은 삼가 영수함과 아울러 가서(家書)도 이에 고쳐 써서 다시 올리니 행여 곧 빠른 인편에 부쳐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머지는 불비(不備).

[주D-001]제고(題糕) : 구월 구일을 이름. 《소씨견문록(邵氏聞見錄)》에 "유몽득(劉夢得)이 일찍이 구월 구일시를 지으면서 '고(糕)' 자를 쓰려고 하다가 생각해보니 육경(六經) 중에는 그 글자가 없으 므로 걷어치우고 쓰지 않았다."고 하였음. 송기(宋祈)의 시에 "劉郞不肯題糕字 虛負詩中一代豪"의 구가 있음.
[주D-002]팔만 사천 : 《잡어(雜語)》에 "서천(西天)의 법에 물(物)의 많음을 나타내자면 항상 팔만 사천의 수를 든다. 이를테면 번뇌의 많음을 들 때면 팔만 사천의 진로(塵勞)라 하고, 교문(敎門)의 많음을 들 때는 팔만 사천의 법문(法門)이라고 칭하는 유와 같다."고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