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16] |
세월은 가고 가서 어느덧 섣달 막바지에 닿았으니 해상의 나그네 심사는 비록 번영과 초췌의 다름은 있을망정 북두의 의지와 경화의 그리움은 역시 취향을 함께 할 줄로 생각되는구려.
병침의 온갖 생각이 흔들리고 나풀거려 마치 바람 앞의 깃발이 제대로 있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곧 영감의 서한을 받들었소.
삼가 살핀 이때 눈은 인색하고 바람은 순한데 정후가 안중하시다니 우러러 하례드리외다.
다만 온갖 번뇌에 대하여는 허심하여 받고 굳건히 이겨내야만 하며 만약 그와 더불어 경우에 따라 출렁대고 휘말린다면 한 조각의 영대(靈臺)만 어지럽힐 뿐 조금도 이익은 없으며 곧 군자의 진퇴와 존망에 있어 그 바름을 잃지 않는 의(義)이기도 한 것이니 어떻다고 여기시는지요.
누인은 산같이 쌓인 죄과와 때묻고 더러운 족적으로 이 세상에 바랄 것이 없었는데 갑자기 천감(天鑑)의 유조(宥照)를 입게 되니 융성한 은덕은 하늘이 높고 땅이 두터워 보답할 길이 없소. 오직 느꺼운 눈물이 펑펑 쏟아져 얼굴을 덮을 따름이외다. 이러한 병든 몸으로 잠깐이나마 연장되어 오늘에 이르렀으니 무엇이건 다 하느님의 주심이 아닌 것 없지요.
현재의 병은 지금 오십 일이 되어 가는데 날로 엿 냥의 인삼을 두 사발씩이나 마시며 오히려 부축을 받아서 눕고 일어나곤 하고 삶은 밥도 쾌히 씹지를 못하는 형편이니 이울어지는 볕은 돌아오기 쉽지 않음이 마침내 이러한 것인지요.
월례의 도움은 또 미쳐 오니 묵은 고마움과 새 느꺼움이 포개지고 포개져서 말라붙은 병필(病筆)로는 어떻게 다 적을 수가 없구려. 팔힘이 비끼어 달아나서 다시 더 쓰지 못하겠기에 우선 이만 불선(不宣)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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