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13] |
장기 비 장기 바람 장기 열이 가을로 들어 다시 심하기는 하나 앞으로 이여드레만 지나가면 쾌히 청량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니 서풍을 손꼽아 헤아려 봄에 감람(橄欖)은 당연히 단맛이 돌고 단수수는 차츰 가경(佳境)으로 향해가니 밝은 대자리 성근 발에도 역시 이런 맛이 이는지요?
삼가 묻노니 가을 초에 영감의 정후 동지(動止)가 두루두루 안길하신지 우러러 비외다. 근자에 들은 바 선비들에게 과제(課題)를 매우 부지런히 하여 심지어 관동(官僮)의 무리들에게까지도 역시 능히 수서(殳書)를 쓰고 경병(競病)의 시를 배우게 한다니 매우 좋은 일이구려.
사람의 재주는 각기 천분(天分)이 있고 당초에는 남·북의 한계가 없는데 특히 눈 밝은 사람의 개발·인도가 없었던 것이지요. 과연 혜식(慧識)이 초월하고 특이한 자가 있는지요.
이 고장의 큰 병폐는 안일한 데에만 주저앉고 태산의 정상을 향하여 다시금 한 걸음 더 내딛고자 아니 하니 매양 탄식하여 마지않사외다.
내가 여기 처음 왔을 적에 자못 구경(九經)의 빛을 보여 주고 문선(文選)의 이(理)를 설명해 주었는데 모두가 당황만 하고 머리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마치 모기부리가 철벽을 만난 것과 같았으며 혹 와서 묻는 것이 있다면 이는 《사요취선(史要聚選)》 따위였고 아니면 무슨 글제의 서두와 목을 어떻게 지어야 하느냐는 것뿐이었소. 대개 그들의 평소 견문이 옛 삼가 촌락의 도도평장(都都平丈)에 벗어나지 못하니 그럴 밖에 또 있겠소. 만약 관사(官師)의 존위에 처하여 큰 역량으로써 바람을 일으켜 한 번 외치는 일이 있다면 제(齊)가 변하고 노(魯)가 변하는 것은 아마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이 생각되었는데 영감의 이 행사를 듣고서는 눈을 닦고 기다리외다.
누인의 병은 이 마지막 더위를 당하여 더하기만 하고 덜함은 없으며 집소식조차 사뭇 막히니 아득아득 북쪽만 바라볼 따름이오. 나머지는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수서(殳書) : 고전(古篆)으로 팔체서(八體書)의 하나인데 병기(兵器)에다 사용하였다. 《說文 繫篆》
[주D-002]경병(競病) : 강운(强韻)을 달아 시를 짓는 것을 이름. 양(梁) 나라 장군 조경종(曹景宗)이 개선하여 돌아오자 무제(武帝)가 화광전(華光殿)에서 잔치를 베풀어 연음(宴飮)하며 심약(沈約)과 더불어 연구(聯句)를 짓는데, 이때 운자가 다 지어지고 경병 두 글자만 남았다. 경종은 바로 붓을 들고 삽시간에 시를 이루었는데 "去時兒女悲 歸來笳鼓競 借問行路人 何如霍去病"이라 하였음. 그래서 무제는 칭탄하여 마지않았음. 《南史》
[주D-003]서두와 목 : 과시(科試)의 포두(包頭)와 초항(初項)을 말한 것임.
[주D-004]도도평장(都都平丈) : 삼가 촌락의 몽학 선생이 아동에게 《논어》를 가르치면서 '욱욱호문(郁郁乎文)'을 잘못 알고 도도평장으로 가르쳤음. 그래서 문자를 변변히 모르는 사람에게 사용함.
[주D-005]제(齊)가……것 : 《논어(論語)》"齊一變至於魯 魯一變至於道"에서 나온 것임. 제4권 주 202) 참조.
[주D-002]경병(競病) : 강운(强韻)을 달아 시를 짓는 것을 이름. 양(梁) 나라 장군 조경종(曹景宗)이 개선하여 돌아오자 무제(武帝)가 화광전(華光殿)에서 잔치를 베풀어 연음(宴飮)하며 심약(沈約)과 더불어 연구(聯句)를 짓는데, 이때 운자가 다 지어지고 경병 두 글자만 남았다. 경종은 바로 붓을 들고 삽시간에 시를 이루었는데 "去時兒女悲 歸來笳鼓競 借問行路人 何如霍去病"이라 하였음. 그래서 무제는 칭탄하여 마지않았음. 《南史》
[주D-003]서두와 목 : 과시(科試)의 포두(包頭)와 초항(初項)을 말한 것임.
[주D-004]도도평장(都都平丈) : 삼가 촌락의 몽학 선생이 아동에게 《논어》를 가르치면서 '욱욱호문(郁郁乎文)'을 잘못 알고 도도평장으로 가르쳤음. 그래서 문자를 변변히 모르는 사람에게 사용함.
[주D-005]제(齊)가……것 : 《논어(論語)》"齊一變至於魯 魯一變至於道"에서 나온 것임. 제4권 주 20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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