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1]

천하한량 2007. 3. 9. 04:23
장 병사 인식 에게 주다[與張兵使 寅植][1]

성진(聲塵)이 매우 가까우니 비록 당장에 손을 잡고 즐기지는 못하나마 의지와 믿음을 지닌 것 같아서 마음 든든하오. 이는 막다른 길이라 인정으로서 그럴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려니와 어찌 이 땅에서 영감과 더불어 서로 만날 것을 생각이나 했겠소.
바로 곧 혜서를 받들어 큰 바다를 무사히 잘 건너신 줄 알았거니와 정무에 임하여 체력이 두루 안길하신지요. 구구한 마음 멀리 빌어 마지않사외다.
장차 해산(海山)을 평장(平章)하고 어룡(魚龍)을 타첩(妥帖)하며 벽루(壁壘)는 색채를 바꾸고 구대(裘帶)는 한가하여 온 섬이 다시 따뜻한 봄을 만나게 함과 동시에 고가(古家)의 유풍이 이러함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위로 임금님의 거룩한 은혜에 보답하고 아래로 전인(前人)의 공렬을 드날리는 길이 될 것이니 이 어찌 여러 말을 기다리리까.
누인(累人)은 원한을 안고 비통을 머금은 적이 벌써 9년인데도 이제껏 버티어 있으니 돌이라 할지 나무라 할지 모르겠소. 천지가 아득하기만 하니 더 무슨 인사인지요?
장람(瘴嵐)의 독이 골수에 들어 온갖 병이 침범해 오니 기침과 허화(虛火)가 마구 발작하여 눈곱은 안개 같고 의약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라 역시 충비서간(蟲臂鼠肝)에 일임할 따름이요. 어찌하지요. 보내 준 여러 품종은 특별히 정념을 쏟아 써늘한 주방으로 하여금 따스한 기가 돌게 하여주니 식지(食指)의 움직임중심의 선물이 서로서로 감응되어 머리를 들고 백천 번 사례하며 나머지는 모두 미루고 짐짓 갖추지 못하옵니다.

[주D-001]성진(聲塵) : 명성을 이름. 이방(李昉)의 기맹빈자시(寄孟賓子詩)에 "昔日聲塵喧洛下 今日詩價滿江南"이라는 구가 있음.
[주D-002]평장(平章) : 주획(籌劃)의 뜻임. 변장(辨章)이라고도 함. 《서경(書經)》요전(堯典)에 "平章百姓"이 있음.
[주D-003]타첩(妥帖) : 타는 안(安)의 뜻이고 첩은 엎드린다는 뜻임. 타첩(妥貼)이라고도 씀. 이원동(李源同)의 강한조종부(江漢朝宗賦)에 "臨玆水之妥帖兮 乃靡然而來通"이라 하였음.
[주D-004]벽루(壁壘) : 성벽과 진지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상대방이 무장(武將)이므로 한 말임.
[주D-005]구대(裘帶) : 완대경구(緩帶輕裘)의 약칭임. 《진서(晉書)》양호전(羊祜傳)에 "군중에 있을 적에도 완대와 경구로 지내며 몸에 갑옷을 걸치지 않는다."라 하였음.
[주D-006]충비서간(蟲臂鼠肝) : 부형(賦形)의 미세함을 말함. 《장자(莊子)》대종사(大宗師)에 "以汝爲蟲臂乎 以汝爲鼠肝乎"에서 나온 것임.
[주D-007]식지(食指)의 움직임 : 《좌전(左傳)》선공(宣公) 4년에 "초(楚) 나라 사람이 정 영공(鄭靈公)에게 자라를 바쳤는데 공자(公子) 송(宋)이 자가(子家)와 함께 장차 입견(入見)하려 하자 자공(子公)의 식지(食指)가 움직였다. 그것을 자가에게 보이며 하는 말이 '그전에 내 손가락이 이와 같이 되면 반드시 이미(異味)를 맛보았다.' 하고 들어가니 제부(宰夫)가 자라를 끊이며 서로 보고 웃었다." 하였음. 그래서 음식의 조짐이 있으면 식지가 움직인다고 써왔음.
[주D-008]중심의 선물 : 《시경(詩經)》소아(小雅) 단궁(彤弓)에 "我有嘉賓 中心貺之"에서 나온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