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증산 상현 에게 주다[與金甑山 尙鉉] |
학이 말한 추위와 소의 눈에까지 쌓였다는 눈[雪]이 옛이야기에만 있는 게 아니라 금년의 겨울이 족히 그렇다 하겠소.
빈 산이 얼어붙어 싸늘한 늙은 매화는 시름에 잠겼는데 역사(驛使)의 한 가지가 이 봄소식을 전해왔구려. 봉함을 뜯고 편지를 펴보매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기운이 얼음 솟고 눈 차가운 속에 다사로움을 불어넣어주니 그늘진 골과 깊숙한 구멍에도 한 가닥 볕이 비쳐들 줄은 생각도 못했소.
다섯 마리 말로 설추위를 깨뜨리고 근친(覲親) 길을 떠나옴에 따라 자당께서는 온갖 복이 날로 더하시며 세주(歲籌)는 비록 다했지만 해옥(海屋)의 쌓인 무더기는 앞으로도 한량이 없으리니 송축하여 마지않사외다.
다만 우불(右紱)은 상기도 이각(移脚)이 더디고 좌고(左顧)는 강항(强項)보다 심하시니 못이 뽑히고 엉긴 것이 떨어질 그 기연(機緣)이 아직은 미쳐오지 못해서인지요. 자못 마음이 쓰이외다.
아우는 정상이 껍질 속에 쭈그리고 있는 달팽이와 같아서 너무도 추하고 너무도 무지하여 저 해와 달의 윤전(輪轉)에 맡길 따름이니 이 무슨 인사인지요? 산방(山房)을 빌려 지내기로 한 것은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지요. 이는 실로 인자(仁者 상대를 칭함)와 침옹(梣翁) 여러 분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니 그 허물을 잡힐 만하고말고요. 만약 여러 분들과 더불어 탁마하여 올리고 내리고 하게 되었다면 어느 겨를에 기공(己公)이나 찬공(贊公) 따위에 미쳐갔겠소.
옛날 왕마힐(王摩詰)이 배적(裵迪)에게 있어 어떠한 교제였소? 그 섣달 편지에 이르기를 "족하(足下)가 경(經)을 익히고 있으므로 감히 번거롭게 못하고 문득 산중으로 가서 감배사(甘配寺)에 쉬면서 산 중과 더불어 식사를 같이하고 북으로 현패(玄灞)를 건너 밤에 화자강(華子岡)에 올랐다…."
라 하였는데, 이런 등속은 마힐이 무료하여 마지못해 한 것이니 만약 배적이 고산(故山)에 찾아주었다면 어찌 이런 위곡(委曲)한 말이 있었겠소? 나를 위해 깊이 침옹을 허물해 주오.
보내준 홍로(紅露)의 유명한 술과 소금기 없는 좋은 생선은 한녀(寒女)의 촌 막걸리에 시달린 지 오래였는데 무슨 요행으로 이러한 상등의 맛이 입에 들어오니 정을 받음이 너무도 거룩하오. 헌발(獻發)이 다가옴에 자당의 장수를 빌며 날을 기약하여 승진하길 바라외다. 이만 줄입니다. 불비.
[주D-001]학이 말한 추위 : 《이원(異苑)》에 "진(晉) 태강(太康) 2년 겨울에 대설(大雪)이 내렸는데 남주(南州) 사람이 보니 두 백학(白鶴)이 다리 밑에서 말하기를 '금년의 추위는 요(堯) 임금의 붕년(崩年)에 못지 않다.' 하고 날아갔다." 하였음. 유신(庾信)의 부에 "鶴訝今年之雪"이 있음.
[주D-002]소의……눈 : 《전국책(戰國策)》에 "위 혜왕(魏惠王)이 죽어 장삿날을 앞두고 눈이 크게 내려 소의 눈에까지 쌓이게 되자 성곽을 무너뜨리고 잔도(棧道)를 만들어 운상(運喪)하여 장사지냈
[주D-003]역사(驛使) : 《형주기(頂州記)》에 "육개(陸凱)가 범엽(范曄)과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데 강남(江南)으로부터 매화 한 가지를 부쳐 범엽에게 주며 시(詩)까지 곁들였다. 그 시에 "折花逢驛使 寄與隴頭人 江南無別信 聊贈一枝春"이라 하였음.
[주D-004]다섯 마리 말 : 세상에서 태수를 일컬어 오마(五馬)라 하는데 그 설이 네 가지가 있다.
[주D-005]세주(歲籌) : 《오대사(五代史)》사천고(司天考)에 "一歲三百六十五策"이라 하였음. 여기서는 섣달이므로 '세주장궁(歲籌將窮)'이라 쓴 것임.
[주D-006]해옥(海屋) : 《태평어람(太平御覽)》에 "세 늙은이가 서로 만나 나이를 묻자 한 사람은 대답하기를 '바닷물이 상전(桑田)으로 변할 적마다 나는 숫대 한 가지씩을 던졌는데 지금은 세 칸 집에 가득 찼다.'고 하였다." 하였음. 그래서 축수(祝壽)하는 용어로 해옥주(海屋籌)를 쓰고 있음.
[주D-007]우불(右紱)은……더디고 : 불(紱)은 인수(印綏)로서 영전(榮轉)을 뜻하는데 영전해오지 않는다는 것임.
[주D-008]좌고(左顧)는……심하시니 : 좌고는 귀자(貴者)가 천자(賤者)를 방문하는 것을 말한 것으로 친구의 견방(見訪)에 감사를 표하는 말로 쓰고 있음. 강항은 강직하여 굴하지 않는다는 뜻임. 한(漢) 낙양령(洛陽令) 동선(蕫宣)을 강항령이라 칭한 데서 나온 것임.
[주D-009]침옹(梣翁) : 윤정현(尹定鉉)의 호임. 남원인(南原人)으로 판서 행임(行恁)의 아들로 벼슬은 돈령 부사(敦寧府使)에 이르고 82세에 졸하였음.
[주D-010]기공(己公) : 당 나라 중으로 이름은 제기(齊己)인데 두보의 시에 나타나는 기상인모재(己上人茅齋)의 인물임.
[주D-011]찬공(贊公) : 당 나라 중으로 두보의 시에 대운사찬공방시(大雲寺贊公房詩)의 찬공을 말함.
[주D-012]왕마힐(王摩詰) : 당 나라 시인 왕유(王維)를 이름인데 태원인(太原人)으로 현종(玄宗) 때에 상서우승(尙書右丞)을 지내 세상에서 왕 우승이라 칭함. 시에 능하고 서화를 잘하였음.
[주D-013]배적(裵迪) : 당 나라 시인으로 왕유의 친우인데 왕유와의 왕복 서찰이 전해 옴.
[주D-014]헌발(獻發) : 헌세발춘(獻歲發春)의 준말임. 《초사(楚辭)》 송옥(宋玉)의 초혼(招魂)에 나타나 있음.
[주D-002]소의……눈 : 《전국책(戰國策)》에 "위 혜왕(魏惠王)이 죽어 장삿날을 앞두고 눈이 크게 내려 소의 눈에까지 쌓이게 되자 성곽을 무너뜨리고 잔도(棧道)를 만들어 운상(運喪)하여 장사지냈
[주D-003]역사(驛使) : 《형주기(頂州記)》에 "육개(陸凱)가 범엽(范曄)과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데 강남(江南)으로부터 매화 한 가지를 부쳐 범엽에게 주며 시(詩)까지 곁들였다. 그 시에 "折花逢驛使 寄與隴頭人 江南無別信 聊贈一枝春"이라 하였음.
[주D-004]다섯 마리 말 : 세상에서 태수를 일컬어 오마(五馬)라 하는데 그 설이 네 가지가 있다.
[주D-005]세주(歲籌) : 《오대사(五代史)》사천고(司天考)에 "一歲三百六十五策"이라 하였음. 여기서는 섣달이므로 '세주장궁(歲籌將窮)'이라 쓴 것임.
[주D-006]해옥(海屋) : 《태평어람(太平御覽)》에 "세 늙은이가 서로 만나 나이를 묻자 한 사람은 대답하기를 '바닷물이 상전(桑田)으로 변할 적마다 나는 숫대 한 가지씩을 던졌는데 지금은 세 칸 집에 가득 찼다.'고 하였다." 하였음. 그래서 축수(祝壽)하는 용어로 해옥주(海屋籌)를 쓰고 있음.
[주D-007]우불(右紱)은……더디고 : 불(紱)은 인수(印綏)로서 영전(榮轉)을 뜻하는데 영전해오지 않는다는 것임.
[주D-008]좌고(左顧)는……심하시니 : 좌고는 귀자(貴者)가 천자(賤者)를 방문하는 것을 말한 것으로 친구의 견방(見訪)에 감사를 표하는 말로 쓰고 있음. 강항은 강직하여 굴하지 않는다는 뜻임. 한(漢) 낙양령(洛陽令) 동선(蕫宣)을 강항령이라 칭한 데서 나온 것임.
[주D-009]침옹(梣翁) : 윤정현(尹定鉉)의 호임. 남원인(南原人)으로 판서 행임(行恁)의 아들로 벼슬은 돈령 부사(敦寧府使)에 이르고 82세에 졸하였음.
[주D-010]기공(己公) : 당 나라 중으로 이름은 제기(齊己)인데 두보의 시에 나타나는 기상인모재(己上人茅齋)의 인물임.
[주D-011]찬공(贊公) : 당 나라 중으로 두보의 시에 대운사찬공방시(大雲寺贊公房詩)의 찬공을 말함.
[주D-012]왕마힐(王摩詰) : 당 나라 시인 왕유(王維)를 이름인데 태원인(太原人)으로 현종(玄宗) 때에 상서우승(尙書右丞)을 지내 세상에서 왕 우승이라 칭함. 시에 능하고 서화를 잘하였음.
[주D-013]배적(裵迪) : 당 나라 시인으로 왕유의 친우인데 왕유와의 왕복 서찰이 전해 옴.
[주D-014]헌발(獻發) : 헌세발춘(獻歲發春)의 준말임. 《초사(楚辭)》 송옥(宋玉)의 초혼(招魂)에 나타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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