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28] |
봄 그늘이 차츰 열리어 강 버들과 강 풀이 날로 무성해짐을 알겠으니 병석의 연연한 생각이 실로 딴 데 있는 게 아니었지요. 바로 곧 영감의 서한을 받드니 완연히 침개(鍼芥)가 서로 응하는 것 같구려. 더구나 이 즈음에 시하 동정이 평안하시다니 심축하여 마지않는 바이외다.
보여 주신 여러 폭의 연서(聯書)는 삼일괄목(三日刮目)의 반가움이 있으니 아마도 근일에 벼루와 먹이 마를 사이 없고 못물도 새까마리라 상상되어 놀랍고 기뻐 견디지 못하겠소.
더욱이 그 점·불(點拂 불(拂)은 별(撇)과 같음)이 점점 구중(彀中)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옛사람의 이른바 "자경(子敬 왕헌지(王獻之)의 자)의 이훈(泥暈)에서 가장 천골(天骨)을 증험하고 겸하여 제필(制筆)로써 다시 인공(人工)을 분별하게 된다."는 것이 이에 해당할 만하며 매양 그 허담(虛談)한 한 격[一格]을 보면 가화(家火) 범홍(凡汞)으로는 이른바 달려들어 탈취해 갈 수가 없는 것이외다.
두 쪽의 우시(虞詩)는 육조 시대 사람의 풍미가 있으니 이는 뜻을 두고 모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고 바로 문을 닫고서 만든 것이 문을 나가보니 어울린다는 격으로 자연의 부계(符契)라 하겠지요. 이 때문에 천골과 인공의 비유는 얼굴을 대하여 부질없이 일컫는 게 아니외다. 입극도(笠屐圖)는 정상(呈上)하오며 우선 이만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침개(鍼芥)가……것 : 사람의 정성(情性)이 서로 끌리는 것을 이름. 자석이 능히 바늘을
[주D-002]삼일괄목(三日刮目) : 《삼국지(三國志)》여몽전(呂蒙傳)의 주에 "여몽이 노숙(魯肅)에게 답하기를 '선비가 서로 헤어진 3일 뒤에는 마땅히 괄목으로 서로 기다려야 한다.' 하였다." 하였음.
[주D-003]가화(家火) 범홍(凡汞) : 집집마다 있는 불이나 평범한 수은으로는 금단(金丹)을 이룰 수 없다는 것으로서 보통 솜씨로는 엄두도 못낸다는 것을 비유한 말임.
[주D-004]입극도(笠屐圖) : 소식의 입극도를 말함.
[주D-002]삼일괄목(三日刮目) : 《삼국지(三國志)》여몽전(呂蒙傳)의 주에 "여몽이 노숙(魯肅)에게 답하기를 '선비가 서로 헤어진 3일 뒤에는 마땅히 괄목으로 서로 기다려야 한다.' 하였다." 하였음.
[주D-003]가화(家火) 범홍(凡汞) : 집집마다 있는 불이나 평범한 수은으로는 금단(金丹)을 이룰 수 없다는 것으로서 보통 솜씨로는 엄두도 못낸다는 것을 비유한 말임.
[주D-004]입극도(笠屐圖) : 소식의 입극도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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