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26] |
"두 되들이 냄비 안에서 산천을 볶는다.[二升鍋裏煮山川]"는 글귀는 바로 회선(回仙)이 희롱조로 한 말인데 그 놀림을 한번 받을 줄이야 뉘 알았겠소.
곧 서한을 받들어 살핀바 이 열기 속에 번거로움을 벗어나서 한가를 즐기심은 오히려 청량산(靑涼傘)보다 나을 텐데 더구나 벽과(擘窠)의 큰 글자는 족히 열륜(熱輪)을 꺾어 부수고도 남고말고요. 병형은 호올로 청정(淸淨)의 연(緣)을 차지하고 내대(褦襶)의 무리와는 어울리지 않음을 이로써 알겠으니 매우 좋은 일이외다.
석 장 종이의 큰 편액은 설암(雪庵)의 액체(額體)를 본받은 동인(東人)들의 악찰(惡札)을 벗어버렸으니 무릇 대자(大字)란 마땅히 이렇게 써야 하는 것이지요. 세속에서 일컫는 "큰 글자는 작은 글자 쓰듯 하고 작은 글자는 큰 글자 쓰듯 한다."라는 말은 장장사(張長史)를 위탁하여 사람들의 안목을 어둡게 한 지도 이미 천 년이 가까운데 유독 미남궁(米南宮)만이 이 망언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금자(金字)의 《심경(心經)》은 비록 담아(淡雅)한 곳은 있으나 서가(書家)는 아니며 이는 《어니심경(淤泥心經)》을 모방해온 것이나 역시 마음 지닌 사람이라 하겠구려. 이와 아울러 돌려 보냅니다. 아우는 더위로 인하여 떨치고 일어나지 못하는 데다 위가 막혀 설사마저 하고 있으니 늙은 몸이 어떻게 지탱한단 말이오. 나머지는 뒤로 미루고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회선(回仙) : 여동빈(呂洞賓)을 말함. '여(呂)' 자가 양구(兩口)이기 때문에 은어로 '회(回)'라고 바꾸었음.
[주D-002]내대(褦襶) : 더운 철에 쓰고 다니는 양립(涼笠)을 이름. 정효(程曉)의 열객(熱客)을 조롱하는 시에 "今之褦襶子 觸熱到人家"라 하였음. 지금 사리를 모르는 사람을 일러 내대라고 칭함.
[주D-003]설암(雪庵) : 원(元) 나라 중 이설암(李雪庵)을 말하는데, 여덟 가지 운필법(運筆法)을
[주D-004]장장사(張長史) : 당 나라 초성(草聖) 장욱(張旭)을 이름. 두보의 음중팔선가(飮中八
[주D-005]미남궁(米南宮) : 송(宋) 태원인(太原人)으로 뒤에 양양(襄陽)으로 옮겨 살았는데, 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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