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24]

천하한량 2007. 3. 9. 04:19
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24]

곧 또 주신 서한은 계속 감사할 뿐이지요. 아마도 벽돌 그림자[甎影] 물시계 소리 사이에 특별히 맑고 서늘함을 차지하여 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곡식 밭과는 같지 않으리라 생각되오. 날씨라도 영감 시체 기쁨에 따라 왕성함과 아울러 신시(申時)에 따라 종용히 퇴청하시는지 우러러 염원하는 바이외다.
아우는 근심과 번뇌가 걷히지 않아서 눈썹을 펼 때가 없으며 더위를 마시는 양이 사발 속의 밥보다 많으니 달팽이 껍질 속에서의 생활이라 도무지 답답만 하외다.
벼루에 대해서는 닳을까봐 염려를 말고 마음대로 쓰시오. 비록 밑이 뚫어진다 해도 영감은 애석히 여길 것이 없소. 그래야만 나도 보내주신 벼루를 마음놓고 쓸 게 아니오.
《수세자항(壽世慈航)》이란 그 책은 어떤 유의 의서(醫書)인지요. 혹시나 근자에 이 약을 만들어서 파는 자가 있는지? 행여 다시금 자세히 일러주셨으면 하오며 우선 불비하외다.

[주D-001]벽돌 그림자[甎影] : 궁금(宮禁)을 이름. 《송사(宋史)》직관지(職官志)에 "전정(殿庭)에 벽돌의 위치를 설치하여 모든 신하의 차서 항렬을 구별한다." 하였음.
[주D-002]땀방울이……밭 : 당(唐) 나라 이신(李紳)의 민농시(悶農詩)에 "鋤禾日當午 汗漏禾下土"라 하였음.
[주D-003]신시(申時)에……퇴청하시는지 : 예전의 공청 출퇴근은 인시(寅時)에 들어가 진시(辰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