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22] |
해가 바뀐 뒤로 소식이 너무도 아득하니 비록 대두(戴斗)의 아래라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겠지요. 쌓인 눈 깊은 산에 온갖 생각이 옛 사당의 향로(香爐)와 같은데 유독 영감 곁에만 하늘거리는 한 올의 실이 가물가물 서리고 얽히는구려.
바로 영감의 존문(存問)을 받드니 기쁠 건 뻔한 일이 아니겠소. 다만 피택(辟宅 본집을 피하여 딴 곳에 사는 것)의 생활을 생각할 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는데 이제 하마 청정(淸淨)으로 나아가 신정을 맞이하여 백복을 누리며 자유자재하여 붓을 드는 것도 크게 길하고 자당께서도 복을 더하셨는지요. 송축하여 마지않사외다.
아우는 여전한 목석의 신세로서 갈수록 더욱 어리석고 굳어져 세상에 사는 취미라곤 한 가지도 없다오.
봄은 깊고 해는 기니 모영편사(帽影鞭絲)를 짝삼아 한번 평소 언약을 실천할 생각은 없는지요. 우선 이만 줄이며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대두(戴斗) : 북단(北端)을 이름. 《옹주곤학기문잡지(翁州困學紀聞雜志)》에 "조안인(趙安人)의 자는 낙도(樂道)인데 《대두회유록(戴斗懷柔錄)》을 지었고 왕회숙(王晦叔)은 《대두봉사록(戴斗奉
[주D-002]모영편사(帽影鞭絲) : 봄날의 탐승(探勝)을 말함. 육유(陸游)의 설청행개창도중시(雪晴
[주D-002]모영편사(帽影鞭絲) : 봄날의 탐승(探勝)을 말함. 육유(陸游)의 설청행개창도중시(雪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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