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21]

천하한량 2007. 3. 9. 04:18
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21]

바람 피해 문을 걸고 깊이 앉았노라니 마치 땅 속의 벌레가 깊은 겨울을 나는 것 같아서 어제가 가면 다시 오늘이 온다는 것을 어찌 알기나 하겠어요.
곧 서한을 받들어 밤 사이에 영감의 기체 시하 다복하심을 살폈으니 마음 기쁘오이다.
보내 주신 순나물은 과시 오송강(吳淞江)의 풍미를 느끼게 하는구려. 지난 가을에 상류 사람으로부터 네 뺨[顋]의 농어를 얻어 먹었는데 지금 또 이 귀한 것을 맛보게 되니 거의 굶주리던 위장이 깜짝 놀라 꿈틀대게 될까봐요. 다소는 헤아릴 것 없고 이러한 두터운 은혜를 입으니 또한 향적반(香積飯)에 비겨볼 것조차 없소이다. 갑자기 식단이 너무 사치스러우니 어찌 강마을 노도(老饕)로서 감당할 일이오리까. 창이 어두워 촛불을 켜고 마구 적으며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향적반(香積飯) : 향적주(香積廚)의 반(飯)을 이름. 《유마힐경(維摩詰經)》향적품(香積品)에 "중향(衆香)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불호(佛號)로는 향적(香積)이다. 그 나라는 시방제불세계(十方諸佛世界) 인천(人天)의 향에 비하여 가장 제일이 된다. 그 식(食) 향기도 시방무량세계(十方無量世界)에 주류하여 때로는 피불(彼佛)이 제보살(諸菩薩)과 더불어 공식(共食)한다." 하였다.
[주D-002]노도(老饕) : 식욕이 많은 늙은이를 이름. 도(饕)는 식탐(食貪)이 많은 것. 《좌전(左傳)》문공(文公) 18년에 "天下之民 以比三凶 謂之饕餮"이라 하였는데, 그 주에 "食財爲饕 貪食爲餮"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