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19]

천하한량 2007. 3. 9. 04:11
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19]

영감이 산협에 들어간 지도 어느덧 가을 가고 벌써 겨울로 접어들었소그려. 흙솥의 여물방[牛炕]이 과연 북촌의 쓸쓸한 골목길보다 좋아서 날마다 농촌의 낙을 만끽하시는지요?
더구나 금년에는 큰 사발의 수제비가 가는 곳마다 남아도는 실정이니 백화(白華)의 조촐한 공양은 족히 효성을 바칠 수 있으며 두루두루 복되고 풍요로워 심지어 동복(僮僕) 계견(鷄犬)까지도 태평에 감싸여 활발한 기색이 넘치는지요? 빌고 비외다.
다만 아우 같은 신세는 오솔길의 발자국 소리가 영감으로부터 보내 주는 인편이 아니면 일년 내내 사립문 두드리는 소리 없으니 이로써 더욱 영감의 멀리 쏟는 정념이 누구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겠구려.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백화(白華) : 《시경》의 편명인데 시서(詩序)에 "효자의 결백한 봉양을 아름답게 여기는 것이다." 하였다. 시는 산일(散逸)되었음. 그래서 후인이 부모를 봉양하는 말에 쓰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