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18] |
요순의 융성하고 찬란한 세대에도 역시 마음을 담박하게 갖는 자가 있었으니 지금 유독 영감의 행동만을 들어 의심해서는 안 되겠지요.
다만 동·정(動靜)은 길이 갈리고 성·취(醒醉)는 취향이 달라서 능히 호용(互用)되지 못하고 각자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지요. 앞길이 가장 멀지 않은 이 노인네가 특별히 쏟아주는 정념을 힘입어 적막한 이 궁산(窮山) 속에서 위안을 받아왔는데 쳐다보기만 할 뿐 따라갈 수 없으니 서글프고 아득하여 의탁할 곳이 없소. 떠나는 이 심정 또한 반드시 머뭇거리며 연연할 줄 짐작되는데 요즈음 병이 너무 심하여 몸소 나가 전별할 수조차 없고 한 장의 편지마저 이와 같이 초초(草草)하게 올린단 말이오. 오직 강구름에 정을 흘려보내고 산협 숲에 꿈을 부칠 따름이오.
아무쪼록 보중(葆重)하시기 바라며 반여(潘輿)의 만복과 권솔의 평안을 아울러 비외다. 모든 것은 뒤로 미루고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반여(潘輿) : 진(晉) 반악(潘岳)이 장안령(長安令)으로 옮겼다가 박사(博士)로 제수되었는데 벼슬을 버리고 한거부(閑居賦)를 지었다. 그 부에 "태부인(太夫人)이 있어 판여(板輿)에 모시고 멀리로는 왕기(王畿)를 구경시키고 가까이는 가원(家園)을 돌았다."는 말이 있음. 그리하여 반여를 양친(養親)하는 전(典)으로 삼았음.《晉書 潘岳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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