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15] |
영화(永和)의 봄에 모여든 그 군극(裙屐)과 호상(壺觴)은 청도(淸都)나 상계(上界)같이 바라보일 뿐이며, 촌 몰골과 들녘 풍미는 기탁할 곳조차 없으니, 정이 집중되는 곳은 형 말고 또 누가 있겠소.
바로 곧 혜서와 아울러 여러 통의 보묵(寶墨)을 받고 보니, 토좌 옹유(土銼甕牖)도 천황(天荒)을 깨뜨릴 만하다뿐이겠소. 차근히 생각하면 근일에 또한 못물이 다시 다 새까맣게 되어 팔힘은 더욱 강해지고 글자체는 더욱 예로워 완연히 육조 이전의 풍기가 넘칠 것이니 압록강 동쪽에는 이런 작품이 없고 말고요. 다만 대강(大江 양자강(揚子江)을 말함) 남·북의 여러 명류(名流)들과 더불어 이를 함께 감상하며 즐기지 못하는 게 한이외다.
일 년 사이에 나아간 경지가 이와 같으니 한갓 영감 한 분을 위해 찬송할 뿐 아니라 말세 풍속의 부화낭예(浮華浪蕊)로 하여금 순박으로 되돌아오게 할 것인즉 이 어찌 조그마한 보익이라 이르오리까.
따라서 근자에 동쪽의 행차가 고이 돌아오고 근경(覲慶 근친(覲親)을 말함)도 더욱 강녕하시다니 천만번 송축하옵니다.
아우는 어제나 오늘이나 한결같이 어둡고 어리석어 한 가지도 제시할 만한 게 없다오. 중·계(仲季)는 그 사이 성은의 간택을 입었으니 감격하고 황공하와 몸둘 곳 없사외다. 중은 또 갑자기 이질을 앓고 있으니 이는 거년 섣달의 여증이라 늙은 자의 근력이 쇠퇴하여 스스로 떨치지 못하니 몹시 민망스러울 뿐이오. 나머지는 하인이 재촉하여 갖추지 못합니다.
[주D-001]영화(永和) : 왕희지의 난정서(蘭亭序)에 "永和九年 歲在癸丑暮春之初"라 하였는데, 여기서는 계축년 봄의 성회(盛會)를 말한 것임.
[주D-002]청도(淸都) : 천제(天帝)가 사는 궁궐을 이름. 《열자(列子)》주목왕(周穆王)에 "王實以爲淸都紫微鈞天廣樂 帝之所居"라 하였음.
[주D-003]토좌 옹유(土銼甕牖) : 토좌는 질솥을 말함. 두보의 시에 "土銼冷疎煙"의 구가 있음. 옹유는 깨진 항아리 입으로 창문을 만든 것을 이름. 가의(賈誼)의 과진론(過秦論)에 "陳涉甕牖繩樞之子"가 있음. 이는 모두 가난한 선비의 생활을 말한 것임.
[주D-004]천황(天荒)을……만하다 : 파천황(破天荒)으로 처음 있는 일을 말함. 당(唐)의 형주(荊州)는 의관(衣冠)의 수택(藪澤)인데 매년 과거시험에 거자(擧子)를 보내면 많이 성명(成名)하지 못하므로 천황이라 이름하였는데 유예사인(劉蛻舍人)이 처음으로 급제하니, 사람들이 파천황이라 하였음. 《獨醒雜志》
[주D-002]청도(淸都) : 천제(天帝)가 사는 궁궐을 이름. 《열자(列子)》주목왕(周穆王)에 "王實以爲淸都紫微鈞天廣樂 帝之所居"라 하였음.
[주D-003]토좌 옹유(土銼甕牖) : 토좌는 질솥을 말함. 두보의 시에 "土銼冷疎煙"의 구가 있음. 옹유는 깨진 항아리 입으로 창문을 만든 것을 이름. 가의(賈誼)의 과진론(過秦論)에 "陳涉甕牖繩樞之子"가 있음. 이는 모두 가난한 선비의 생활을 말한 것임.
[주D-004]천황(天荒)을……만하다 : 파천황(破天荒)으로 처음 있는 일을 말함. 당(唐)의 형주(荊州)는 의관(衣冠)의 수택(藪澤)인데 매년 과거시험에 거자(擧子)를 보내면 많이 성명(成名)하지 못하므로 천황이라 이름하였는데 유예사인(劉蛻舍人)이 처음으로 급제하니, 사람들이 파천황이라 하였음. 《獨醒雜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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