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9] |
처마 그늘은 새파랗게 물든 것 같고 낮바람은 심히 건조하구려. 간절히 한번 안부를 물으려 했으나 병중이라 머뭇거리기만 하고 못했는데, 마침 혜서(惠書)를 받으니 마치 새벽종이 사람을 깨우쳐 주는 것 같구려. 일간에 시하의 영체 평안하신지 빌고 비외다.
아우는 이렇다 할 나타난 증세는 없으나 정신과 생각이 몹시 맑고 예리하지 못하니 슬프고 민망할 따름이지요. 성묵(盛墨)은 그야말로 하루 한 관문을 뚫고 간 줄 상상되며, 지환(知還)·화수(華壽) 두 편액은 그 기굴(奇崛)한 품이 곧장 초산(焦山)의 문경(門徑)에 들었으니, 이 어찌 범상한 홍연(汞鉛)으로 가능한 일이리까. 심히 부럽고 공경할 만한 일이외다. 청권(靑卷)은 이와 아울러 돌려 보내며 앞서 보내왔던 풍·양(馮楊)의 서화 선·편(扇扁)도 고이 싸서 보내는바 그 중에 풍서(馮書)로 동선(東扇)에 쓴 시 한 수가 몹시 사랑스러우니, 잠깐 몇날만 더 두었다가 마치면 곧 돌려 보내오리다. 매등(梅㡧)도 역시 아름다운데, 왜 장지(裝池)하여 횡축(橫
낙교인(樂交印)은 다시 원석(原石)에서 보니 과시 명품이며 소정(素亭)은 바로 가군(賈君)인데, 하화(荷花)의 생일에 만든 것이외다. 이 묵연(墨緣)을 얻은 것은 몹시 기이한 일이며 새로 맨 붓은 엉긴 풀이 매우 튼튼하여 어제부터 시험해 본 바 전자에 맨 것과 비교하여 더욱 아름답구려. 사인(士人)과 장수(匠手)는 실로 같지 않단 말인가. 지금 이 편지를 쓰는 것도 바로 그 붓이외다. 나머지는 뒤로 미루고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새벽종이……것 : 두보(杜甫)의 유용문봉선사시(遊龍門奉先寺詩)에 "欲覺聞晨鍾 令人發深省"의 구가 있음.
[주D-002]초산(焦山)의 문경(門徑) : 초산의 예학명(瘞鶴銘)을 이름.
[주D-003]홍연(汞鉛) : 도가(道家)가 수은과 납을 솥에 넣어 단(丹)을 달구어내는데, 그것을 먹으면 장생할 수 있다고 함. 백거이(白居易)가 곽연사(郭鍊師)를 증별한 시에 "專心在鉛汞"의 구가 있음.
[주D-004]하화(荷花)의 생일 : 유월 이십 사일을 관연절(觀蓮節)이라 하는데, 또한 하화생일(荷花生日)이라고도 함. 《오군기(吳郡記)》에 "하화탕(荷花蕩)은 봉문(葑門)의 밖에 있는데, 매년 유월 이십 사일에는 노는 사람이 가장 많다."라 하였음. 대개 오군의 속어(俗語)임.
[주D-002]초산(焦山)의 문경(門徑) : 초산의 예학명(瘞鶴銘)을 이름.
[주D-003]홍연(汞鉛) : 도가(道家)가 수은과 납을 솥에 넣어 단(丹)을 달구어내는데, 그것을 먹으면 장생할 수 있다고 함. 백거이(白居易)가 곽연사(郭鍊師)를 증별한 시에 "專心在鉛汞"의 구가 있음.
[주D-004]하화(荷花)의 생일 : 유월 이십 사일을 관연절(觀蓮節)이라 하는데, 또한 하화생일(荷花生日)이라고도 함. 《오군기(吳郡記)》에 "하화탕(荷花蕩)은 봉문(葑門)의 밖에 있는데, 매년 유월 이십 사일에는 노는 사람이 가장 많다."라 하였음. 대개 오군의 속어(俗語)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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