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10] |
엊그제 와주시어 피로를 풀었거니와 좌상에는 상기도 맑은 향기가 감도는구려. 오늘은 또 열기에 찬 햇볕이 공중에 돌고, 누각 밖에는 천둥소리가 가볍게 들리니, 아마도 다른 하늘에는 비가 내리는 모양이오. 검은 구름을 쳐다보며 예나 제나 똑같이 한번 내리 쏟아졌으면 싶사외다. 곧 영체 평안하심을 받았으니 매우 흐뭇하오. 봉연(鳳硏)은 일부러 사람을 시켜 보내주시니 감사하외다.
즉시 손수 먹을 갈아 시험하여 보니, 비록 가마솥에 달여 밀을 바른 서동(西洞)의 청화석(靑華石) 같지는 못하나마 역시 가품(佳品)이며 돌의 질은 남포석(藍浦石)에 비하여 보다 나은 곳이 있고, 살짝이 먹을 거역하는 듯하면서도 자못 발묵(潑墨)의 묘가 있으니, 두어 날만 더 시험해 보고 보내드리겠소. 벼루 제작은 어떤 사람이 했지요? 절대 속품은 아니외다. 마침 바쁜 일이 있어 간신히 이만 적으며, 갖추지 못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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