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7] |
초봄의 편지가 구르고 굴러 저문 봄에야 당도했소그려. 그 사이에 큰 눈과 모진 추위는 다 지나가고 이제는 또 버들과 꽃이 하늘거리고 다사로우며, 산중의 기운마저 노인의 몸에 거슬리게 느껴지지 않는다오.
시하에 계신 영체, 동정이 복되고 길하며, 존당숙 어른께서도 대천(大闡)에 오르셨으니 각별히 축하드려 마지않습니다. 근래 적막한 환경 속에서 영감의 외롭게 빼어난 몸이 족히 힘을 모아 나란히 일어날 수 있게 되었으며, 부앙(俯仰)의 사이 옛날 정의를 느끼며 영화를 만나면 회포도 더하리니 백열(栢悅)의 사사로움은 더욱 형언할 수 없구료. 영감의 행차가 서울에 들어가신다는 말을 들은 듯한데, 그 사이 과연 어찌 되셨는지, 머지않은 망창(莽蒼)의 땅에 성식(聲息)이 연속되지 않으니 궁금한 마음 간절할 뿐이외다.
아우는 또 필로(蹕路)에서 원통함을 부르짖었으니 천지가 아득하여 다만 죽고 싶을 따름이라오.
하문하신 ‘만류(萬流)’ 두 글자는 편액의 어(語)로는 확실히 아름다워 첨미(檐楣)의 사이에 다른 거리낌이 없을 듯하외다. 구전(區田)법은 봄 지난 후에 다시 시험하여 옆으로 이웃 사람들에게까지 미쳐가게 되었는지요. 매양 보면 잠깐 시험만 할 뿐 법대로 하지는 않고 ‘효력이 없다.’느니 또는 ‘특별한 게 없다.’느니 하며 드디어는 말살하고 말아 ‘나의 쓰는 법만 못하다.’ 여기니 이는 동속(東俗)의 가장 고질이외다.
두레질[桔橰]의 노고로움에 시달리면서도 용미(龍尾)의 빠르고 쉬움을 내던지며 와요(臥窰)의 적신(積薪)을 달갑게 여기고 입요(立窰)의 수화(水火)를 쓰지 않으니 진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니겠소. 반드시 영감같은 유심(有心) 세심(細心)한 분이 있어야만 이루어지리라 믿소.
저 소·항(蘇杭)의 사이에서는 반공보(潘功甫)가 크게 구법(區法)을 사용한바 백성들이 그 혜택을 입어 지금 하마 이십 년이 지나는 동안에 오야구루(汚邪甌窶)가 자못 수한(水旱)을 모르며, 5~6백 리의 지역이 따뜻하게 잘 살지 못하는 자 없으니 매우 거룩한 일이지요. 눈곱이 어른거려 간신히 적으며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대천(大闡) : 크게 드러났다는 뜻으로 과거에 급제한 것을 말함.
[주D-002]백열(柏悅) : 지구(知舊)의 영예를 자기의 일처럼 기뻐한다는 것임.
[주D-003]망창(莽蒼) :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곳을 말함.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에 "適莽蒼者 三飡而返 腹猶果然"이라 하였음.
[주D-004]필로(蹕路) : 어가(御駕)의 출입을 말함. 진(秦) 나라 제도의 "出驚入蹕"에서 나온 것임.
[주D-005]구전(區田) : 주 102) 참조.
[주D-006]용미(龍尾) : 용미차(龍尾車)를 이름인데 물을 끌어올려 논에다가 관개하는 기구임. 중국의 《농정전서(農政全書)》에 실려 있는데 태서(泰西)의 인수법(引水法)이라고 하였음.
[주D-007]반공보(潘功甫) : 공보는 청(淸) 반증기(潘曾沂)의 자인데, 가경(嘉慶) 때 거인(擧人)으로, 벼슬은 내각중서(內閣中書)이며《공보소집(功甫小集)》이 있음. 구전법(區田法)을 창제한 사람이기도 함.
[주D-008]오야구루(汚邪甌寠) : 오야는 하지(下地)의 전(田)이고, 구루는 고지대(高地帶)를 말함.
[주D-002]백열(柏悅) : 지구(知舊)의 영예를 자기의 일처럼 기뻐한다는 것임.
[주D-003]망창(莽蒼) :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곳을 말함.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에 "適莽蒼者 三飡而返 腹猶果然"이라 하였음.
[주D-004]필로(蹕路) : 어가(御駕)의 출입을 말함. 진(秦) 나라 제도의 "出驚入蹕"에서 나온 것임.
[주D-005]구전(區田) : 주 102) 참조.
[주D-006]용미(龍尾) : 용미차(龍尾車)를 이름인데 물을 끌어올려 논에다가 관개하는 기구임. 중국의 《농정전서(農政全書)》에 실려 있는데 태서(泰西)의 인수법(引水法)이라고 하였음.
[주D-007]반공보(潘功甫) : 공보는 청(淸) 반증기(潘曾沂)의 자인데, 가경(嘉慶) 때 거인(擧人)으로, 벼슬은 내각중서(內閣中書)이며《공보소집(功甫小集)》이 있음. 구전법(區田法)을 창제한 사람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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