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5]

천하한량 2007. 3. 9. 04:06
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5]

서울에 오셨다는 말은 들었으나 쌓인 회포를 펼 인연은 없었으니 이쪽의 매달린 바램도 단상(湍上)과 다르지 않사외다. 봄 바람이 하마 늙어서 온갖 나무는 꽃이 다 피고 마을 버들도 굵어져 새파르니, 철에 따라 먼 사람이 그리워져 견딜 수 없었는데, 갑자기 생각 밖에 영감 편지가 손에 떨어져서, 삼가 시하 동정이 다복하심을 살폈으니 축하를 드려 마지않습니다.
맥구(麥區)의 법은 이미 시험하셨다니 매우 잘한 일이며, 이장(里長)이나 촌정(村丁)들이 이를 모방하여 시행한다면 당연히 한두 사람의 집은 따라오기 마련이니, 반드시 귀찮스레 귀를 끌어 일러주고 면대하여 시키지 않더라도 될 거외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우의 묵은 고통은 이 목왕(木旺)의 철을 당하여, 눈은 더욱 침침하고 팔목은 더욱 무거우며, 사중(舍仲) 역시 오랫동안 앓고 있으니, 더구나 세상 취미라곤 한 점도 없사외다. 인편이 바빠 심히 재촉키로 간신히 이만 줄이며 다 쓰지 못하외다.

[주D-001]맥구(麥區) : 중국 소항(蘇杭) 간의 신법(新法)으로 맥작(麥作)의 구전법(區田法)을 이름.
[주D-002]목왕(木旺) : 오행(五行)으로 말하면 인·묘(寅卯)가 목에 해당하므로 정·이월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