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2] |
하돈(河豚)은 맛이 없고 녹음은 하마 거칠어졌으니 궁촌(窮村)의 봄 일은 또 한번 탄지(彈指)의 순간이어서 잡아매두고자 해도 길이 없사외다. 이 즈음 그리운 생각이 어찌 어른거리지 않으리까. 갑자기 서한을 받게 되니 마치 팔목을 마주잡고 숲으로 들어가는 것 같구려. 봄이 다간 이때 영감 체력이 시하 평안하시다니 축하를 드리외다.
보여준 병서(屛書)는 또 과시 면목이 일신하여 마치 금강산에 들어선 것처럼 팔담(八潭) 만폭(萬瀑)이 정신을 어른거리게 하지 않는 것이 없으나 천일대(天一臺)에서 중향성(衆香城)을 바라보면 만 이천 봉이 모두 일주(一籌)를 양보하는 곳이라 오히려 전날 본 것을 기승(奇勝)으로 삼는 것은 중향을 미처 못봤기 때문이겠지요.
나같이 졸렬한 솜씨로는 감히 다시 묵지(墨池)에 대한 일은 말하지 말아야 할거외다.
죽엽석(竹葉石)은 어디에서 이런 기품(奇品)을 얻었지요? 동파가 말하기를 "벼루의 좋은 것은 반드시 붓을 망가뜨린다." 했는데, 정히 이와 같은 벼루를 두고 이른 것이겠지요. 남북으로 허둥지둥 떠돌다 보니 벼루 등속은 하나도 남아 있는 것이 없고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연하고 미끄럽기만 하여 먹과는 정이 없어서 동자를 시켜 먹을 갈게 하면 팔 힘이 다 빠진다고 하는데, 이 벼루를 얻어 보니 곧장 신이 솟아서 열성(烈性)의 남자를 본 것처럼 저도 몰래 붓도 빠르고 먹도 빠르곤 하외다.
한 달간의 기한은 매우 기쁘지 않음은 아니나 가능한 한 일 개월을 넘기고 다시 얼마 동안을 연장하여 이 늙은이로 하여금 뜻을 만족하게 해준다면 이는 바로 영감의 다른 날 복전(福田)이 될 것이니 어떠한지요. 이만 갖추지 못하외다.
[주D-001]하돈(河豚) : 복어의 이칭임. 소식의 시에 "正是河豚欲上時"가 있음.
[주D-002]탄지(彈指)의 순간 : 잠깐의 시간을 비유한 것. 《여씨춘추(呂氏春秋)》에 "二十瞬爲一彈指"라 하였음.
[주D-003]팔목을……것 : 《북제서(北齊書)》문원전(文苑傳)에 "조홍훈(祖鴻勳)이 양휴(楊休)에게 준 편지에 '若得把臂入林 掛巾垂枝 携酒登巖 道素志 論舊款 訪丹法 斯亦樂矣 何必富貴乎"라고 하였음. 함께 만나 노닐기를 원한다는 뜻임.
[주D-004]묵지(墨池) : 동한(東漢) 장지(張芝)의 자는 백영(伯英)인데 일찍이 못가에서 글씨를 배워 못물이 먹빛이 되었다. 세상에서 초성(草聖)이라 칭하였음. 그래서 후인들이 서가(書家)에 대한 예찬의 용어로 사용함.
[주D-005]복전(福田) : 석씨(釋氏)가 삼보(三寶)의 덕을 공경하는 것은 경전(敬田), 군부(君父)의 은혜를 갚는 것은 은전(恩田),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비전(悲田)이라 하여 이 3종을 복전이라 일렀음. 여기서는 세 번째의 뜻을 들어 쓴 것임.
[주D-002]탄지(彈指)의 순간 : 잠깐의 시간을 비유한 것. 《여씨춘추(呂氏春秋)》에 "二十瞬爲一彈指"라 하였음.
[주D-003]팔목을……것 : 《북제서(北齊書)》문원전(文苑傳)에 "조홍훈(祖鴻勳)이 양휴(楊休)에게 준 편지에 '若得把臂入林 掛巾垂枝 携酒登巖 道素志 論舊款 訪丹法 斯亦樂矣 何必富貴乎"라고 하였음. 함께 만나 노닐기를 원한다는 뜻임.
[주D-004]묵지(墨池) : 동한(東漢) 장지(張芝)의 자는 백영(伯英)인데 일찍이 못가에서 글씨를 배워 못물이 먹빛이 되었다. 세상에서 초성(草聖)이라 칭하였음. 그래서 후인들이 서가(書家)에 대한 예찬의 용어로 사용함.
[주D-005]복전(福田) : 석씨(釋氏)가 삼보(三寶)의 덕을 공경하는 것은 경전(敬田), 군부(君父)의 은혜를 갚는 것은 은전(恩田),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비전(悲田)이라 하여 이 3종을 복전이라 일렀음. 여기서는 세 번째의 뜻을 들어 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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