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초 병학 에게 주다[與潁樵 炳學][3] |
예식은 생략하오며, 현합(賢閤 상대방의 아내를 말함)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으니 시하의 애절한 사정과 반합(牉合)의 의가 중함을 생각할 때 슬픔과 서러움을 억제하시기 어려울 줄 아옵니다.
오늘날 왕성하고 융숭한 가정으로서 구름일듯 노을 퍼지듯 길한 상서가 서리고 서릴 텐데, 무슨 까닭으로 이런 휴기(隳機)가 있었는지 믿어지지 않는구료.
불녕(不侫)도 이 경지에 익숙해서 자못 그 고초를 알거니와 젊었을 때도 있어서는 아니 되며, 늙었을 때에는 더욱더 아니 되는 일이니, 만약 그렇다면 언제고 되는 때는 없을 것이나 필경에 하나는 먼저 가고 하나는 뒤로 가는 것은 면치 못할 것이며, 만약 면치 못할진대 팔십 구십에 이르러 그 먼저와 뒤를 다툴 때 누가 먼저 가는 것이 타당할지 모를 것이나 다만 이 세상에 살자면 아마 하루라도 차군(此君 아내)이 없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시하(侍下)에 계신 영감의 복체(服體) 창황(愴怳)하고 비탄한 나머지에 과한 손상이나 없으신지 깊이 정을 억눌러 자당님 심려를 위로해 드리소서. 이마에 손을 얹고 비오며 갖추지 못하고 삼가 아뢰옵니다.
천운정(天雲亭)의 천(天)자 파각(波脚)은 바로 난정(蘭亭)에서 얻어온 것입니다. 이를테면 육조(六朝)의 비판(碑版)이나 당의 안평원(顔平原 안진경(顔眞卿)), 송의 소동파(蘇東坡 소식(蘇軾)), 황산곡(黃山谷 황정견(黃庭堅)), 미원장(米元章) 미불(米芾))이나 조송설(趙松雪 조맹부(趙孟頫)), 동현재(董玄宰 동기창(董其昌))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지 않은 이가 없으니, 세상이 괴이하게 보는 것도 이상히 여길 것이 없으며, 변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어느 한 사람이 홀로 ‘이것은 난정에서 나왔다.’ 이러고 저러고 했다는 말을 들은 듯한데 이 세상에도 역시 그와 같이 아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역시 만나 보았으면 하오니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주D-001]반합(牉合) : 부부를 이룬 것을 이름. 《儀禮 喪服》에 "夫妻牉合也"라 하였고, 그 소(疏)에 "夫婦牉合 子胤生焉 是半合爲一體也"라 하였음.
[주D-002]휴기(隳機) : 휴는 훼궤(毁潰)로서 바꾸어 말하면 액운임.
[주D-003]불녕(不侫) : 자칭하는 말로 부재(不才)라는 뜻임.《좌전(左傳)》성공(成公) 13년에 "寡人不侫"의 글이 있음.
[주D-002]휴기(隳機) : 휴는 훼궤(毁潰)로서 바꾸어 말하면 액운임.
[주D-003]불녕(不侫) : 자칭하는 말로 부재(不才)라는 뜻임.《좌전(左傳)》성공(成公) 13년에 "寡人不侫"의 글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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