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김영초 병학 에게 주다[與潁樵 炳學][2]

천하한량 2007. 3. 9. 04:03
김영초 병학 에게 주다[與潁樵 炳學][2]

나무 나무 잎을 벗고 산은 비어 천근(天根)이 저절로 드러나는 이 가을 겨울 사이에, 병든 몸이 마음 더욱 약해지는구료. 매양 나를 아껴주고 비호해주는 옛벗을 생각하면 하늘가와 같이 아득하기만 하옵니다.
근자에 들어 시하(侍下)에 계신 영체(令體) 신의 가호를 받아 복되고 편안하오며, 합부인 병환은 이미 번뇌가 걷혀 평상의 지역에 드셨는지요? 빌고 비옵니다.
아우는 한결같이 만간(顢干)한 신세에다 약에 의지하는 생활이 또 겨울을 맞게 되었으니 진실로 괴롭사외다.
마침 ‘봉래(蓬萊)’ 두 글자의 벽과서(劈窠書)가 있어 자신이 걸기에는 너무도 무미하고 또 전해 보일 만한 자도 없기에 받들어 영감께 부치오니 이 뜻을 깊이 살피어 주실는지요?
근자에 들으니 졸서(拙書)가 크게 세상 눈에 괴이하게 보인다고 하는데, 이 글자 같은 것은 혹시 괴이타고 헐뜯지나 않을지 모르겠소. 이는 영감이 결정할 일이외다. 웃고 또 웃으며 이만 갖추지 못하옵니다.

[주D-001]천근(天根) : 《이아(爾雅)》석천(釋天)에 "천근은 지수(氐宿)의 별명이다." 하였고, 《주어(周語)》에 "천근이 나타나면 물이 마른다.[天根見水涸]" 하였다.
[주D-002]만간(顢干) : 만간(顢頇)의 약기(略記)로 얼굴이 넒은 것을 이름. 여기서는 사리에 밝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쓴 것임.
[주D-003]벽과서(劈窠書) : 편액(扁額)의 대자서(大字書)에 대한 별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