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암 희순 에게 주다[與沈桐庵 熙淳][4] |
내린 비는 오히려 부족하고 더위는 또 한창 시작하여 한낮의 불바퀴(火輪 태양)는 하마 견디어 내기 어려울 지경이니, 아무리 백 겹으로 포개진 맑은 물줄기라도 역시 번뇌해(煩惱海) 중의 한 옹달에 지나지 않을 성싶소. 마침 영감의 기체 시하에 평안하시다니 손모아 축하드리외다.
세 장 종이의 성한(盛翰)은 자경(蔗境)처럼 점점 아름다워져서 오늘은 또 어제의 면목이 아니나, 이는 전괄(箭括)과 구당(瞿塘)을 들어 비길 것이 아니오. 통천 복지(洞天福地)가 이미 신발 밑에 들어왔다 해도 가까워질수록 어렵기만 하니, 무턱대고 덥쳐서 취해 오지는 못하는 것이외다.
나 같은 허물어지고 쓰러진 신세는 말할 것조차 없지만 매양 생각하면 나아갈 경지가 끝이 없으니 어느 때나 능히 마칠지 모르겠소. 머리털만 하얗고 이룬 것은 없으니 확락(濩落)하여 가련만 하오. 두뇌가 가득 찼을 때에는 무엇이 꺼려워서 나아가지 못했는지 모르겠소.
세 연서(聯書)는 다 구경할 만하다 뿐이겠소. 이런 것을 보여주시니 매우 감사하오. 수일 동안만 보유하고서 돌려보내겠사외다. 접화병(蝶畫屛)은 듣기만 하고 미처 보지 못했는데 과시 기재(奇才)로군요. 이 역시 사대부의 품격이라 다른 것과는 특별히 다른 점이 있으며 원도(原圖)의 조주구(趙州狗)도 범상한 필치가 아니다마다요. 가는 편에 들려 보냅니다.
석봉첩(石峯帖)은 참 아깝구려. 대개 이 글씨가 극히 높은 곳이 있는 반면 극히 속된 곳도 있으며, 그 공들이고 힘들인 것으로 말하면, 산을 넘어뜨리고 바다를 거꾸로 돌릴 만하지만, 오히려 동향광(董香光 동기창(董其昌)을 말함)의 면면약존(緜緜若存)에 못 미치니, 이러한 경지에 있어서는 모르는 자와 더불어 말할 수는 없는 것이외다.
그러한 공력으로써 왜 형산(衡山)이나 지지(枝指)에게 무릎을 굽히지 않고 우뚝히 바로 산음(山陰)에 접할 망상을 일으켰는지, 이 역시 동쪽 사람들의 공연히 높은 척하는 습기(習氣)이외다. 문장이나 서화를 막론하고 먼저 이 습기를 버린 뒤라야만 나가는 길이 마도(魔道)로 치닫지 않게 될 것입니다.
최군의 글씨는 근일에 들어 취모(翠毛) 단설(丹屑 금단(金丹)의 가루) 같은 진기스러운 것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나머지는 뒤로 미루고 갖추지 못하옵니다.
[주D-001]번뇌해(煩惱海) : 중생(衆生)의 번뇌가 매우 깊고 넒어 바다에 비유한 것임.《화엄경(華嚴經)》에 "衆生沒在煩腦海 愚痴見濁甚可怖"라 하였음.
[주D-002]자경(蔗境) : 가경(佳境)과 같은 말임. 진(晉) 나라 고개지가 감자(甘蔗)를 먹을 때 항상꼬리로부터 먹어 들어가면서 '차츰 가경으로 들어간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일이 고(苦)로부터 낙(樂)으로 들어가는 것을 자경이라 쓰고 있음.《晉書 顧愷之傳》
[주D-003]전괄(箭括) : 화악(華嶽)의 전괄봉(箭括峯)인데,《화산기(華山記)》에 "전괄봉은 위에 구멍이 있어 겨우 하늘만 보이는데, 반연(攀緣)하여 그 구멍으로부터 올라가면 절정에 이를 수 있다."하였음.
[주D-004]구당(瞿塘) : 협(峽)의 이름. 중국 사천(四川) 봉절현(奉節縣) 동쪽 13리에 있어 험준하기가 삼협(三峽)의 으뜸이라 한다. 두 벼랑이 대치하고 중간에 한 줄기 강이 관통하여 염여퇴(灔澦堆)가 그 어귀에 당했으며, 전촉(全蜀) 강로(江路)의 문호가 되었음.
[주D-005]통천 복지(洞天福地) : 천하의 명산 승경(名山勝景)으로 신선이 살고 있는 곳을 통천 복지라 이름. 《선경(仙經)》에 삼십육통천(三十六洞天)과 칠십이복지(七十二福地)가 나타나 있음.
[주D-006]확락(濩落) : 공확(空濩)하여 쓸모가 없는 것을 이름.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에 "瓠落無所容 非不呺然大也 吾爲其無用而掊之"라 하였음. 호락(瓠落)을 후인이 확락(濩落)으로 쓰고 있음.
[주D-007]조주구(趙州狗) : 조주는 본성이 학(郝)인데 조주인(趙州人)으로 본명은 종심(從諗)이요,남천보원(南泉普願)의 제자로 불교를 전양(傳揚)하여 힘을 다하니, 당시에 조주문풍(趙州門風)이라 일렀음. 그는 구자불성(狗子佛性)에 기탁하여 유무(有無)의 집견(執見)을 타파하였음. 《오등회원(五燈會元)》제4에 '중이 묻기를 '구자(狗子)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하니, 조주가 '없다.'고 하였다. 중은 '위로 제불(諸佛)로부터 아래로 누의(螻蟻)에 이르기까지 다 불성이 있는데 구자는 어찌하여 없습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구자는 업식성(業識性)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였다. 또한 중이 묻기를 '구자는 불성이 있습니까?' 하니, '있다'고 하였다. 중이 묻기를 '구자가 불성이 있다면 어찌 저 피대(皮帒)속에 들어가게 됩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그의 지(知)로 인하여 범하게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하였음. 여기서는 조주구를 그린 그림을 말한 것임.
[주D-008]석봉첩(石峯帖) : 우리나라 명필 한호(韓濩)의 서첩을 이름.
[주D-009]면면약존(緜緜若存) : 이어나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동기창의 서체에 비유하여 말한 것임.
[주D-010]형산(衡山) : 명 나라 문징명(文徵明)은 장주인(長洲人)으로 초명은 벽(璧)인데 자로써 행세하였으며, 호는 형산거사(衡山居士)이다. 시·문·서·화에 두루 능한데 화가 더욱 뛰어나 세상에서 그 화를 칭하여 예운림(倪雲林)·황대치(黃大痴)의 장점을 겸비하였다고 하였음.
[주D-011]지지(枝指) : 명 축윤명(祝允明)은 장주인(長洲人)으로 자는 희철(希哲)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지(枝指)가 있어 자호(自號)를 지산(枝山)이라 하였으며, 군적(群籍)을 박람하여 시문(詩文)이 기기(奇氣)가 있고 더욱 글씨에 능하여 이름이 해내(海內)에 진동하였음.
[주D-002]자경(蔗境) : 가경(佳境)과 같은 말임. 진(晉) 나라 고개지가 감자(甘蔗)를 먹을 때 항상꼬리로부터 먹어 들어가면서 '차츰 가경으로 들어간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일이 고(苦)로부터 낙(樂)으로 들어가는 것을 자경이라 쓰고 있음.《晉書 顧愷之傳》
[주D-003]전괄(箭括) : 화악(華嶽)의 전괄봉(箭括峯)인데,《화산기(華山記)》에 "전괄봉은 위에 구멍이 있어 겨우 하늘만 보이는데, 반연(攀緣)하여 그 구멍으로부터 올라가면 절정에 이를 수 있다."하였음.
[주D-004]구당(瞿塘) : 협(峽)의 이름. 중국 사천(四川) 봉절현(奉節縣) 동쪽 13리에 있어 험준하기가 삼협(三峽)의 으뜸이라 한다. 두 벼랑이 대치하고 중간에 한 줄기 강이 관통하여 염여퇴(灔澦堆)가 그 어귀에 당했으며, 전촉(全蜀) 강로(江路)의 문호가 되었음.
[주D-005]통천 복지(洞天福地) : 천하의 명산 승경(名山勝景)으로 신선이 살고 있는 곳을 통천 복지라 이름. 《선경(仙經)》에 삼십육통천(三十六洞天)과 칠십이복지(七十二福地)가 나타나 있음.
[주D-006]확락(濩落) : 공확(空濩)하여 쓸모가 없는 것을 이름.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에 "瓠落無所容 非不呺然大也 吾爲其無用而掊之"라 하였음. 호락(瓠落)을 후인이 확락(濩落)으로 쓰고 있음.
[주D-007]조주구(趙州狗) : 조주는 본성이 학(郝)인데 조주인(趙州人)으로 본명은 종심(從諗)이요,남천보원(南泉普願)의 제자로 불교를 전양(傳揚)하여 힘을 다하니, 당시에 조주문풍(趙州門風)이라 일렀음. 그는 구자불성(狗子佛性)에 기탁하여 유무(有無)의 집견(執見)을 타파하였음. 《오등회원(五燈會元)》제4에 '중이 묻기를 '구자(狗子)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하니, 조주가 '없다.'고 하였다. 중은 '위로 제불(諸佛)로부터 아래로 누의(螻蟻)에 이르기까지 다 불성이 있는데 구자는 어찌하여 없습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구자는 업식성(業識性)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였다. 또한 중이 묻기를 '구자는 불성이 있습니까?' 하니, '있다'고 하였다. 중이 묻기를 '구자가 불성이 있다면 어찌 저 피대(皮帒)속에 들어가게 됩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그의 지(知)로 인하여 범하게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하였음. 여기서는 조주구를 그린 그림을 말한 것임.
[주D-008]석봉첩(石峯帖) : 우리나라 명필 한호(韓濩)의 서첩을 이름.
[주D-009]면면약존(緜緜若存) : 이어나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동기창의 서체에 비유하여 말한 것임.
[주D-010]형산(衡山) : 명 나라 문징명(文徵明)은 장주인(長洲人)으로 초명은 벽(璧)인데 자로써 행세하였으며, 호는 형산거사(衡山居士)이다. 시·문·서·화에 두루 능한데 화가 더욱 뛰어나 세상에서 그 화를 칭하여 예운림(倪雲林)·황대치(黃大痴)의 장점을 겸비하였다고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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