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재 돈인 에게 주다[與權彝齋 敦仁][24] |
추석일(秋夕日)에 삼가 7월 16일에 내린 서신을 받고 보니, 겨울 1개월 전인 근일의 소식이라서 기쁘기가 소망에 넘칩니다.
입극도(笠屐圖)는 신채(神采)가 번쩍번쩍 빛나고 또 관지(顴痣)와 연배(硯背) 이외에 별도로 일부(一副)의 진상(眞相)을 옮겨 놓았는데, 수월(水月)의 나뉘인 영상(影像)이 백억 가지로 변환하여 여산(廬山)의 팔만게(八萬偈)가 이 무진장(無盡藏) 속에 들어 있습니다. 더구나 상면(上面)에 합하께서 쓰신 제품(題品)은 완연히 소재(蘇齋)의 신수(神髓)라고 할 만하니, 이 종이가 천하에 절묘하기가 다만 일개 용면(龍眠)의 반석(盤石)·등지(藤枝) 정도뿐만이 아닙니다.
치(癡)의 필력(筆力)이 비록 스스로 창의(創意)한 것이 아니라서 진적(眞跡)보다 한 등급이 낮기는 하나, 당(唐) 나라 사람들이 진(晉) 나라 때의 법첩(法帖)을 모사(摸寫)한 것에는 조금도 못하지 않으니, 좌우(座隅)에 걸어두고 날로 곁에서 모시기를 마치 서피(西陂)의 고사(故事)와 같이 하겠습니다. 이 험난한 유배지에서 이렇게 청정(淸淨)한 법연(法緣)을 얻게 되었으니, 합하께서 권주(眷注)해 주신 은덕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것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주D-001]관지(顴痣) : 광대뼈 자리에 사마귀가 있는 것을 가리킨다.
[주D-002]수월(水月) : 삼십삼관음(三十三觀音) 가운데 하나인 수월관음(水月觀音)의 약칭으로, 즉 수중(水中)의 달을 관(觀)하는 자태를 하고 있는 관음상(觀音像)을 가리킨다.
[주D-003]여산(廬山)의 팔만게(八萬偈) : 여산은 동진(東晉) 때 고승(高僧) 혜원법사(慧遠法師)가 거주한 동림사(東林寺)가 있던 곳이고, 팔만게란 바로 불교에서 부처의 일대 교법(敎法)을 통틀어 일컫는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門)의 약칭인데, 소식(蘇軾)의〈증동림총장로(贈東林總長老)〉라는 시에 "시냇물 소리는 바로 이 광장설이니, 산색은 어찌 청정신이 아니리오. 밤새 팔만사천법문을 깨달았으니, 후일에 어떻게 이를 남에게 들어 보이랴.[溪聲便是廣長舌 山色豈非淸淨身 夜來八萬四千偈 他日何如擧示人]"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소재(蘇齋) : 청 나라 때의 학자로 호가 소재인 옹방강(翁方綱)을 이른 듯하다.
[주D-005]용면(龍眠) : 송(宋) 나라 때의 문인화가로서 시·서·화에 모두 뛰어났던 이공린(李公麟)의 호이다.
[주D-006]치(癡) : 조선 말기의 서화가로서 호가 소치(小癡)인 허유(許維)를 이른 듯하다. 그는 일찍이 권돈인(權敦仁)의 문객(門客)으로 있었다.
[주D-007]서피(西陂)의 고사(故事) : 서피는 청 나라 때의 시인(詩人)으로 왕사정(王士禎)과 명성을 같이 떨쳤던 송뢰(宋犖)의 호임. 송뢰가 일찍이 예찬(倪瓚)의 유간한송도(幽澗寒松圖)를 얻고 기뻐하여 지은 시에 "솔빛이 계곡과 함께 그윽한데, 희미한 찬 시내 길이로세. 진기한 그림 강남에 전해 오매, 삼일 동안 문닫고 구경하노라……촌스러움을 내가 이제 면하고, 길이 고사와 이야기를 나누리.[松色與澗幽 依俙寒溪路 珍圖傳江南 三日留閉戶……俗韻吾庶免 永言高士晤]" 하였는데, 그 자주(自注)에 의하면, 강남 사람들은 집에 예찬의 그림이 있고 없는 것을 가지고 고상함과 비속함을 구분한다고 하였으니, 여기서 바로 이 고사를 인용한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西陂遺稿 卷十一》
[주D-008]법연(法緣) : 불교의 용어로, 불법(佛法)을 듣고 믿게 되는 인연을 말한다.
[주D-002]수월(水月) : 삼십삼관음(三十三觀音) 가운데 하나인 수월관음(水月觀音)의 약칭으로, 즉 수중(水中)의 달을 관(觀)하는 자태를 하고 있는 관음상(觀音像)을 가리킨다.
[주D-003]여산(廬山)의 팔만게(八萬偈) : 여산은 동진(東晉) 때 고승(高僧) 혜원법사(慧遠法師)가 거주한 동림사(東林寺)가 있던 곳이고, 팔만게란 바로 불교에서 부처의 일대 교법(敎法)을 통틀어 일컫는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門)의 약칭인데, 소식(蘇軾)의〈증동림총장로(贈東林總長老)〉라는 시에 "시냇물 소리는 바로 이 광장설이니, 산색은 어찌 청정신이 아니리오. 밤새 팔만사천법문을 깨달았으니, 후일에 어떻게 이를 남에게 들어 보이랴.[溪聲便是廣長舌 山色豈非淸淨身 夜來八萬四千偈 他日何如擧示人]"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소재(蘇齋) : 청 나라 때의 학자로 호가 소재인 옹방강(翁方綱)을 이른 듯하다.
[주D-005]용면(龍眠) : 송(宋) 나라 때의 문인화가로서 시·서·화에 모두 뛰어났던 이공린(李公麟)의 호이다.
[주D-006]치(癡) : 조선 말기의 서화가로서 호가 소치(小癡)인 허유(許維)를 이른 듯하다. 그는 일찍이 권돈인(權敦仁)의 문객(門客)으로 있었다.
[주D-007]서피(西陂)의 고사(故事) : 서피는 청 나라 때의 시인(詩人)으로 왕사정(王士禎)과 명성을 같이 떨쳤던 송뢰(宋犖)의 호임. 송뢰가 일찍이 예찬(倪瓚)의 유간한송도(幽澗寒松圖)를 얻고 기뻐하여 지은 시에 "솔빛이 계곡과 함께 그윽한데, 희미한 찬 시내 길이로세. 진기한 그림 강남에 전해 오매, 삼일 동안 문닫고 구경하노라……촌스러움을 내가 이제 면하고, 길이 고사와 이야기를 나누리.[松色與澗幽 依俙寒溪路 珍圖傳江南 三日留閉戶……俗韻吾庶免 永言高士晤]" 하였는데, 그 자주(自注)에 의하면, 강남 사람들은 집에 예찬의 그림이 있고 없는 것을 가지고 고상함과 비속함을 구분한다고 하였으니, 여기서 바로 이 고사를 인용한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西陂遺稿 卷十一》
[주D-008]법연(法緣) : 불교의 용어로, 불법(佛法)을 듣고 믿게 되는 인연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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