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석파 흥선대원군 에게 주다[與石坡 興宣大院君][7]

천하한량 2007. 3. 7. 01:10
석파 흥선대원군 에게 주다[與石坡 興宣大院君][7]

근래에 높은 복을 많이 받으셨습니까? 지난번에 높은 서신과 아울러 연례(硏隷)·국정(菊幀)·토촤(土銼)·이벽(泥壁) 등을 받아 보니, 서기(瑞氣)가 일어나는 기이함이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시골 사람들이 모두가 놀라 떠들며 기절을 할 지경이었으니, 그 누가 봄 국화를 피우지 못한다고 말했단 말입니까. 붓 끝으로 묘상(妙相)을 내는 데에도 과연 천지의 조화를 옮겨올 수 있단 말입니까. 국화 치는 법은 십분 원숙하여 더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원숙한 뒤에 또 하나의 묘체(妙諦)를 만들어내는 데에 깊이 유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수일 이래로 천기(天氣)가 비로소 아름다우니, 정히 이때가 난(蘭)을 칠 만한 기후입니다. 붓을 몇 자루나 소모하셨는지, 바람을 임하여 우러러 생각합니다. 갖추지 않습니다.

[주D-001]그 누가……말입니까 : 《관윤자(關尹子)》에 "하늘도 겨울에는 연꽃을 피우지 못하고, 봄에는 국화를 피우지 못한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이 시절(時節)을 어기지 않는다." 한 데서 온 말이다.